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새로운 향수를 홍보하기 위해서 한 홍보회사에서 입소문을 퍼트린다.
시부야에서 잘 나가는 여고생들을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불러모든 뒤,
향수 자랑을 하면서 슬쩍 경쟁사 향수에는 돼지피가 들어간다는 악소문을 흘리고,
덧붙여 공원에 여자의 발목을 잘라가는 레인맨이라는 살인마가 돌아다니는데
자기네 향수를 뿌리면 안전하다는 괴담도 들려준다.
홍보회사의 전략은 먹혀들어가 새로 나온 향수는 인기를 끌게 된다.
그리고 몇 달 후, 단순히 홍보를 위해 만들어낸 소문이 현실이 된다.
공원에서 발목이 잘려나간 여고생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이야기는 고구레 순사부장이 이 사건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5년 전에 아내를 잃고 본팀에서 지부로 옮긴 고구레는
자신보다 젊지만 직급은 높은 나지마 경부보와 팀을 이뤄 사건 수사에 나선다.

다 읽고 다시 생각해보면 대단히 특이하거나 훌륭한 소설은 아닌데
읽는 동안에는 몰입도가 꽤 높았다.
일단 '소문이 진실이 된다'는 시작이 꽤 흥미 있었던 탓도 있겠지만
고구레와 나지마 팀이 워낙 매력적인 게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보통 소설 속에 묘사되는 2인1조 경찰 수사팀은 대립되는 형질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남자와 여자, 은퇴를 앞둔 베테랑과 멋모르는 신입,
이성적인 타입과 감정이 앞서는 타입, 고지식한 타입과 날나리 타입 등등.
고구레와 나지마 역시 반대되는 부분이 있다.
중년에, 밑바닥에서 시작한 형사이자 이제는 출세를 포기한 고구레와
고구레보다 젊고, 여자에, 직급은 더 높은 나지마.

그러나 두 사람은 공통점도 있다.
둘 다 배우자와 사별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수사에 대해 나름의 열정도 있고,
또 제각각 수사의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이 두 사람이 각기 자신의 영역에서 활발한 성과를 보이면서
서로 존중하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그게 참 기존의 한마리 외로운 늑대같은 수사관이나,
한쪽이 다른쪽에 끌려다니는 관계와 달라서 마음에 들었다.

'추리소설'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중간 정도?
책 표지에 보면 '마지막 한줄의 반전'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데,
그래 반전이 있긴 하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보기엔 그게 꼭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
없어도 충분히 괜찮은 소설이었을 텐데.
어쩌면 사족에 가까운 반전인 듯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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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9-06-1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쉽게도 요즘 추리, 스릴러 소설들은 반전이 꼭 양념처럼 들어가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 반전때문에 잘나가던 내용이 가벼워지는 소설들도 충분히 많은데...음....오히려 평범하게 마무리 짓는게 더 힘든 걸까요?

보석 2009-06-12 09:50   좋아요 0 | URL
네...반전에의 강박이죠. 평범해도 충분히 괜찮은데 뭔가 마지막에 하나 더! 하고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오히려 망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작가들이 평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만두 2009-06-1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전이 없었더라면 좀 더 깔끔했겠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보석 2009-06-12 15:40   좋아요 0 | URL
예, 정말 존재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반전이었죠; 아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