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입원을 했다.
지난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날 새벽 술에 떡이 되어 들어온 주제에 눈을 뜨고 있던 동생.
허리가 아파 못 일어나겠다 해서 물리치료나 받을 요량으로 근처 준종합병원에 갔더니 입원하란다.
척추 뼈 사이의 디스크가 삐져나왔데나 어쨌데나.
무려 45만원이나 주고 찍은 MRI 결과가 그렇다고 당장 월요일 아침에 수술하잔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이걸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주말 보내고 월요일에 수술했다.
수술 전까지는 너무 멀쩡해서 '나일롱환자' 아니냐고 놀렸는데
수술하고 나오니 애가 폐인이 됐다.(회사에는 월차를 내고 쉬었다)
하루종일 약에 쩔어서 비몽사몽하는 걸 보니 옆에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요즘 회사가 마감이라 내가 더 이상 휴가 내기가 곤란했다)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는 당연히 기겁을 하셔서 당장 올라오시겠단다.
어제 아침에 병원에 들려 밥 먹여주고-이때까지만 해도 몸 옆으로 돌리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저녁에 퇴근해보니...나일롱 환자 부활.-_-;;;
어제 수술 후 헤롱거리던 게 거짓말인 것마냥 애가 너무 멀쩡한 거다.
허리 보조대 끼니까 혼자 잘도 걸어다니고 배 고프다 찡찡거리고
가져온 노트북으로 다운받아놓은 영화를 보며 희희낙락.
좀 괘씸하기도 하지만 일단 몸이 나아져서 다행이다.
엄마도 멀쩡한 모습에 안심하신 듯.
엄마는 집에 오시더니 돼지우리보다 못한 집안꼴에 기함...ㅎㅎ
어제는 피곤하시다고 일찍 주무시더니 오늘은 새벽부터 빨래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닦고 난리도 아니다.
오늘 퇴근하고 집에 가면 집에 환골탈태해 있을 듯하다.
다만....엄마, 내 옷장서랍은 절대 열지 마. 옷 안 개고 그냥 막 쑤셔넣었어.
그리고 책장 젤 윗칸은 절대 보지 마. 성인책 꽂혀 있어..;;;
동생한테 전화해서 환자 시늉하면서 병원에 엄마 붙잡고 있으라고 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