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살 때만 해도 강원도는 거의 외국이나 마찬가지였다.
기차는..안 타봐서 모르겠고, 차를 타고 가도 5시간 정도는 걸리고,
(물론 아부지는 고속도로를 아우토반 삼아 마구 밟아 3시간 얼마를 끊은 적도 있다고 하신다..;)
애초에 갈 일 자체가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수학여행이나 답사로 갔던 정도일까.
그랬던 것이 몇 년 전부터 강원도라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게 되었다.
원인은 요앞에 다녔던 회사 사장님의 지나친 강원도 사랑이다.
술을 너무너무너무 사랑하시고(그래서 알콜 중독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었던;)
강원도를 싸랑하시던 사장님은 툭하면 직원들을 이끌고 강원도로 야유회를 가셨다.
이렇게 말하면 회사에서 공짜로 술 사주고 놀러 가면 좋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다 알 거다.
회사 야유회는 마음 편하게 놀기 힘든 어찌보면 업무의 연장이라는 것을.
게다가 나는 술을 못마시기 때문에 술자리가 여간 고역이지 않다.
강원도에 가서 뭐 하나 구경도 못하고(좋은 절이 얼마나 많은데!)
오로지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야유회따위..좋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강원도로만 야유회를 7번 정도 갔나.
그후로 강원도는 내게 좋지 않은 느낌으로 남았다.
회사 옮긴 후로 이제 더 이상 강원도 갈 일은 없겠지 싶어 좋아했는데
올봄에 일 때문에 강원도로 출장을 다녀왔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강원도로 워크샵을 갔다.
워크샵 장소가 강원도로 정해지고 친구한테 전화를 했다.
"회사에서 이번에 워크샵 간데. 어딘지 물어봐줘. 너무 싫어~."
"어딘데? 설마..."
"그래! 강원도래! 또 강원도!"
"......안됐다. 푸하하하."
쩝..;;
이제 당분간 더 갈 일은 없겠지 싶었는데 내일, 정확하게는 오늘 또 강원도에 간다.
다른 사람이 출장을 가야 할 일이 생겼는데 일이 생겨 내가 대신 가게 됐다.
노는 토요일에! 일 때문에! 또 하루를 꼬박 소비해 강원도에 가게 된 거다.
아무리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지만...이건 좀 너무하다!!!
이 무슨 인연인지 악연인지...한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