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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는 책이었다.
평범한 샐러리맨인 아키오는 평생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채 골치 아픈 일, 귀찮은 일은 외면하고 자기 편한 대로 왜곡하며 살아왔다. 어머니와 아내의 갈등도 아버지의 치매도 어머니를 모시는 것도 모두. 그렇게 50년을 살아온 그의 앞에 난데없이 벼락이 떨어진다. 오냐오냐 키워 버릇 없고 책임감 없는 그의 아들이 7살 난 여자아이를 죽인 것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아이를 죽여놓고도 죄책감이나 반성하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고 되려 자신이 아이를 죽였다는 사실조차 외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경찰에 자수하자는 그의 의견은 아내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더욱 복잡하게 꼬여간다.
아키오와 그의 아내 야에코, 아들 나오미. 이 일가는 누구 하나 마음에 드는 인간이 없다. 하나 같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이 일가는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누가 봐도 허술한 계획을 세운다. 살인을 은폐하려는 과정이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은 작가의 뛰어난 필력 덕분에 긴장감이 넘치긴 하지만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숨겨진 이야기는 강한 여운을 남긴다.
이앞에 저자의 다른 책을 읽고 조금 실망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래도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옥의 티라고 한다면 마지막에 가가 형사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과 가가 형사와 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가 부모자식간에 대해 너무 설명조로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글을 재미있게 쓴다는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대단한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