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언 연대기를 열독 중이다.
이 책 분명 신경 써서 예쁘게 만들었는데, 그래서 참 마음에 들고 출판사에 고마운데, 표지에 코팅이 안 되어 있다. 물론 이렇게 까슬까슬한 촉감에 반짝이 들어간 비싼 종이를 굳이 코팅하는 건 이중의 자원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거 들고 다녀야 하는 예민한 독자-나-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왜? 나는 그 옛날 읽었던 <서재 결혼시키기>의 분류에 따르면 '궁정식 사랑파'니까.
책을 신주단지처럼 모시진 않지만(읽다 그대로 엎어놓고 다니는 짓은 잘한다) 책장 모서리를 구긴다던가 책이 쩍 갈라지게 180도로 펼치는 건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책에 라면국물이나 김칫국물을 튀기는 일도 있을 수 없다. 그런 나에게 이렇게 코팅이 되지 않은 표지를 가진 책들은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고민하다 결국 3권 다 굴러다니는 서류봉투로 표지를 싸버렸다.
결국 표지가 이쁘면 뭐하나. 나에게 보이는 건 누런 갱지뿐인데. 그렇다고 그냥 굴리자니 때 탈 거 같고.
가끔 펄지나 마분지 같은 특수한 종이로 표지를 한 책을 본다. 볼 때는 참 예쁘고 좋은데 사서 들고다니면서 읽기에는 참 신경 쓰인다.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