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저녁.
진희의 코디에 맞춰 럭셔리하게 차려입은 윤수,
그러나 지치고 기댈곳이 필요할때는 언제나 승우가 마음 한가운데 있다.
우산을 받쳐들고 단아한 자태로 승우아파트에서 내내 기다리고 있다.
(언제든 쉽게 마음가는 대로 이렇듯 친구를 찾아가는 윤수의 처지가 부럽다.
오랜 우정은 이래서 좋은 것이다.감정을 소모하거나 재거나 할필요가 없는 것이다.)
제집처럼 익숙한 승우의 집.
어렵게 살던 시절.없는 돈을 쪼개며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사모은 살림이 있는 공간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윤수가 승우에게 따뜻한 차를 건넨다.차만큼이나 다정하고 깊이 우러나는 그들의 편안한 눈길.
승우가 기다렸다는 듯이 힘겹게 그러나 또박또박 입을 뗀다.
"윤수야, 나...너 많이 좋아했어...아주 아주 많이 아주아주 오래야.
...그래서 나 아주 행복했어."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지난번에 네가 사랑이 불안정하고 힘든 감정이라고 말했을 때 나 속상했어.
난 단지 네게 폐끼치지 싫어서 그렇게 했을 뿐이야.네가 공부해야 하는데 나 때문에 아르바이트에 시간 뺏겨
야 하고 너에게 의지하는 게 싫어서 네 마음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던 거 같아.정말 미안하다."
"나도 미안하다ㅡ그리고 고맙다."
어렸을 적 부터 너무나 갖고 싶어해서 승우가 엄마몰래 훔치기도 했던 반지.
그것을 받으며..
"이거 받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