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항구의 동춘 끝을 지나고 

해명 나루 지나고 

작은 통통배 

용화산 뒤편을 휘돌아 가니 

첫개라는 어촌이 있었다 

인가가 몇 채나 되는지 희미해진 기억 

푸른 보석 같은 물빛만은 

지금도 눈에 어린다 

 

친지 집에서는 내가 왔다고 

큰 가마솥 그득히 홍합을 삶아 내어 

둘러 앉아서 까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던 홍합 

그때처럼 맛있는 홍합은 

이후 먹어 본 적이 없다 

 

내 나이 열두 살이나 되었을까? 

어린 손님은 

큰집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고 

잠은 작은 집에서 잤는데 

아제씨는 어장에 가고 없었다 

호리낭창한 미인 형의 아지매는  

병색이 짙어 보였다 

 

한밤중에 

갑자기 두런거리는 소리가 났다 

집 안에 불이 밝혀지고 

발자욱 소리도 들려왔다 

덩달아 파도 소리도 들려왔다 

알고 보니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는 것 

 

날이 밝고 보다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폐결핵인 아지매의 약으로 

고양이 새끼의 탯줄이 필요했고 

아지매는  고양이를 달래고 달래어 

탯줄을 얻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다행이냐고도 했다 

 

첫개라는 어촌의 하룻밤 

홍합과 아지매와 고양이 

얼마 후 나는  

아제씨가 상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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