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에 대해 제 의견을 올립니다.
저는 이엘리를 위해 살아가는 듯 보였던 호칸의 모습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보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맹목적인 복종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겪는 부정적인 경험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재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도 있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구요...
제가 보기에 오스카는 부모의 별거, 아버지의 동성애 성향, 학교 폭력등을 통해 인간과 삶에 대한 의문과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갖고 있어 보였고, 특히 주위 사람들과 대화가 거의 없는 모습을 통해 스스로 인간들과의 관계맺기를 잘 하지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오스카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마음을 열 수 있게 해주었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목숨까지 구해준 이엘리는 그 누구보다도 더 오스카의 마음을 이해하고 지켜줄 수 있는 친구이자 보호자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기에 (그리고 돈도 많기에) 아무런 미련없이 가족과 학교와 마을을 떠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스카에게 '인간'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신을 힘들게 했거나 오스카와 상관없는 무관심했던 존재였기에 이엘리를 살릴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도 죽이고 증거도 인멸하고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주는 호칸의 모습을 보면, 호칸 또한 이엘리를 살리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해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호칸이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에서 오스카의 미래를 느꼈고, 이엘리는 인간이면서도 인간에 속하려 하지 않는 소외당한 인간을 자신의 대리인으로 만들어 이용한다는 의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의 인간은 살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됩니다. 가족, 친구, 연인, 인간...
인간과의 관계맺기를 하지 않는 오스칼에게 사랑을 느끼고 평생 사랑할 존재는 오로지 이엘리 뿐 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엘리는 인간이 아니기에 보통의 인간이 주고받는 그런 사랑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이엘리 또한 그런 사랑이 불가능함을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스칼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마도 이미 호칸이 보여준 그런 행동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원대한 사랑이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한 존재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안티고네님의 개인적인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생각을 '오해', '순진한 발상'으로 규정하시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고, 영화를 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저 또한 개인적인 생각을 길게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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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엘리가 혼자 있을때 약점이 드러나는 건 영화에서도 보여줬었습니다. 자신이 활동하지 못하는 낮시간에 누군가가 필요하지요.
- 다른 사람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에게 접근(이라고 했지만 꼭 오스칼을 노리고 접근했다고는 보질 않습니다. 오스칼과 이엘리가 만나기 시작한 것은 전적으로 우연이었다고 봅니다)하고 일련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작업(이런 작업의 절정은 '나를 느껴봐'라면서 뱀파이어의 무언가를 오스칼에게 넘기는 그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뱀파이어의 무언가가 이엘리에게서 오스칼에게 넘어가면서 이엘리는 잠시나마 늙어버리고, 오스칼은 피의 갈증 같은 뱀파이어만이 느낄 수 있는 우울한 감정을 느꼈겠지요)을 처절하게 죽어간 호칸에게도 똑같이 했음을 생각해본다면...
이엘리는 사랑보다는 자신을 보좌할 누군가가 필요할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엘리처럼 불로장생을 하다보면, 어차피 사랑이란게 큰 의미가 있을까싶기도 합니다. 어차피 자신은 남게되고 상대방은 언젠가는 떠나가게 되는데 말입니다.
- 이엘리가 이러한 목적이 담긴 행동에 비해, 호칸과 오스칼을 비롯한 이엘리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거쳐갔을 수많은 남자들의 이엘리에 대한 감정은... 그야말로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영화가 끝나고 계속 떠오르는 호칸의 행동이나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아프게 다가오는 것이 이런 이유때문입니다.
-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사랑을 폄하하고 싶진 않습니다. 필요에 의한 것이든, 무조건적인 것이든 이엘리와 오스칼은 서로 떨어지지 않은채 평생 함께 하게 될 것이니까요.
- 중년의 남녀관계는... (부부라고 생각되어지지는 않더군요) 이엘리와 오스칼의 이야기에 빗대어져서 폄하될 관계라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주머니가 삐쳐서 나가긴 했지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금방 쫓아가서 사과를 하던 아저씨이고, 아주머니의 치료를 위해 가보처럼 내려오던 우표를 팔아 병원비를 마련할 정도로 그녀를 아꼈습니다. (아무 상관없는 우표는 아니었지요) 그녀가 자살을 택하게 된 건, 피의 갈증에 스스로 변해감을 느끼고 뱀파이어가 되어간다는 것을 알게된 뒤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판단아래 이루어진 것인듯 하고, 자살을 실행하기 전에 아저씨에게 미리 귀뜸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살 전 씬에게 무언가 얘기했음을 보여주죠)
- 그리고.. 영화에서 보여지는 이엘리의 모호한 性의 표현때문에 듀나는 이 영화를 퀴어영화로 얘기하기까지 하던데, 그런 영화에서의 표현들에서 구지 동성애적 코드를 찾는 것 보다는 오스칼의 사랑이 남녀를 가리지 않는 무조건적임을 보여주는 장치라는 생각입니다.
안티고네님의 개인적인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생각을 '오해', '순진한 발상'으로 규정하시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고, 영화를 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저 또한 개인적인 생각을 길게 적었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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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와 이엘리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보편적인 관계에서 절대로 가치판단할 수 없어요. 내가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다른사람들과는 관계를 닫아버리면 아마도 맹목적인 사랑으로 치부될 수 있죠. 하지만 영화 속 이엘리와 오스카의 관계는 인간의 피를 필요로 하는 뱀파이어와 인간의 절대적이고 특별한 관계에요. 그래서 오스카는 호칸과 마찬가지로 다른사람들과의 관계는 엷어지고 멀리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맥락에서 오스카가 한쪽은 한없이 열지만 한쪽은 한없이 닫는 어쩔 수 없음을 보여주며 오히려 설득력있고 그런만큼 더 슬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말한 원대한 사랑이란 그 둘의 아기자기한 사랑이라기보단 한 사람과 한 사람이 온전하게 서로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붙인 것이고 오스카로부터 뻗어나가는 다른이들과의 인간관계에 보편적으로 대입할 수 없음을 말하죠. 마지막에 이엘리가 라케를 죽이고 오스카는 집으로 들어가면서 방문을 잠그고 장난감 자동차 문을 닫는 장면은 한쪽은 한없이 열고 한쪽은 닫아버리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죠. 떠날 것을 암시도 하며,
그런데 영화에서는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인간관계에서도 종종 일어나죠. 누굴 사귀게 되면 친구들과의 관계는 소홀해지는 그런 비교우위에 놓이는 상황이 발생하죠. 오스카아빠의 집에서 오스카가 낙동강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을 보면 사실 바를 바 없죠. 한쪽은 열고 다른쪽은 닫는 오스카의 행동은 이엘리가 뱀파이어라는 존재때문에 극단적으로 보여진 장면이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면 그렇게 슬픈 것은 아니라고 봐요.
3번째 중년부부의 이야기는 사실 안쓰려 했는데 내용이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넣어서 조금 얼토당토해요 ㅋㅋ 다만 제가 확실하게 본 것은 둘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거에요. 요케의 죽음이후 아내가 삐쳐서 가는 장면에도 남편이 따라가지만 이엘리에게 당하기전 터널에 들어가는 장면에 잠깐 클로즈업 되는데 남편의 표정은 이해보단 증오가 서려있죠. 병실에 누운 장면에서도 아내의 상태를 물어보기보단 우표를 팔아서 집장만하려는 얘기만 하죠. 결국 아내가 얘기하지만 말이에요. 우선 제 포커스가 이엘리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봤고요 아내가 살고싶지않아라는 대사를 하는 것은 스스로도 뱀파이어의 운명을 직감했기에 했던 말이 아닐까하고 댓글다신분들의 의견에도 동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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