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단평
 


강이관 감독의 <사과>가 4년 만에 개봉한다. 해외 영화제 수상경력으로 이미 친숙한 영화다. 너무 늦게 도착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아쉽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어느 영화의 가치가 4년 이후에도 유효할 것인가를 따져보았을 때 더욱 그렇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과>가 다음 4년, 그리고 그 다음 4년 이후에도 여전히 사랑받을만한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그 좋은 영화를 우리가 왜 이렇게 늦게 만나야 하냐고. 생각하면 또 속 쓰리다.

<사과>는 현정(문소리)의 사랑 이야기다. 그녀는 민석(이선균)과 7년 째 열애 중이다. 아니, 열애라고 믿고 있었다. 어느 날 불쑥 이별을 통보받고 현정은 공황상태에 빠져든다. “내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라니. 어라, 내가 느끼고 있던 감정들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을까. 그렇게 심란한 현정의 앞에 상훈(김태우)이 나타난다. 언뜻 보기에도 되게 순진하고 수줍어 보이는 이 남자, 현정의 마음을 얻어내 보려고 진짜 되게 노력한다. 둘은 결혼한다. 짧은 행복이 지나간다. 하지만 사랑은 따로 쓰이는 일기장이다. 잔인하게도,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란 결코 완전히 공유될 수 없는 것이다. 영화는, 관객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나는 내가 굉장히 열심히 사랑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한 번도 노력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당신은 <사과>의 결말에 절망할 수도, 용기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결말에 이르러 모두가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노력이란 소중한 것이다. 이 세상에 당연하게 주어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도 사랑이란 안도감은 자주 그런 착각을 권유한다. 당신의 경험과 생각에 상응하는 꼭 그만큼의 파고를 남기는, <사과>는 그런 영화다. ( 2008.10.23 허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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