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에 한 명 명문대 진학도 쉽지 않은데, 한 살 터울의 형제가 서울대(전기·컴퓨터공학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나란히 합격했다. 인천 세일고 3학년 유진선(18)군과, 2학년 유지현(17)군. 이 둘의 공통점은 ‘우직하게 혼자 공부하기’였다.
유진선 방과후 자율학습 4시간 서울대 입학
진선이는 방과후 자율학습에 가장 공을 들였다. 유일하게 다니던 수학학원도 고3이 되면서 과감하게 끊었다. 그는 "기본 개념마저 잡혀있지 않은 경우엔 학원이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혼자 공부하는 게 훨씬 낫다"고 했다. 수업이 끝나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매일 4시간 동안 국·영·수 주요과목을 공부했다.

수능 수리영역은 원리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정석의 개념설명을 몇 번이고 읽어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고3 때는 EBS를 중심으로 문제집 풀이에 집중했다. 그는 "문제집을 많이 푸는 것보다 틀린 문제를 따로 정리해 내 약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오답노트를 만들어 수능 직전에 집중적으로 봤다. 스스로 약하거나 중요하다 싶은 단원은 아예 개념정리 공책을 만들었다.
과학탐구는 다른 과목보다 암기할 게 많아 교과서와 문제집을 최대한 여러 번 반복해서 봤다고 했다. 과목수가 많다 보니 주말에 몰아서 공부하는 쪽을 택했다.
그의 대입 전략은 내신과 수능공부를 연결시키는 단순한 것이었다. 국·영·수의 경우 수능공부로 내신까지 해결되도록 공부계획을 짰다.
방학관리도 중요하다. 시간이 많다 보니 자칫 게으름을 피우게 되는 때가 바로 방학기간. 그는 "하루,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분량보다 더 무리해 목표를 정했다"고 했다. 목표 분량을 다 못했을 경우 "내일은 꼭 다 하겠다"는 오기와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고3 때도 일주일에 1~2권의 책을 챙겨볼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 중3 때부터는 매일 아침 신문도 꼭 챙겨보고 있다. 신문이야말로 이과 지망생인 그가 언어영역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비결이다. 그는 "신문 1면부터 사설까지 읽다 보니 글을 읽고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했다.
유지현 혼자 경시대회 준비해 카이스트 조기입학
지현이는 카이스트 조기졸업자 전형에 합격해 형과 같은 해에 대학 새내기가 됐다. 평소 내신 관리를 잘 해오고 각종 경시대회에 참가해 수상했던 경력이 도움이 됐다.
고1 때 수학학원과 영어학원에 다녔을 뿐, 그 흔한 경시대회 대비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다. 그는 "저녁에 밤 늦게까지 학원 다니고 그 다음날 학교 수업에서 자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며 "차라리 수업시간에 집중하면 내신 부담이 줄어들고, 내신 부담이 줄면 여유시간이 생겨 수능 모의고사나 경시대회 준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과학고 출신들과 경쟁하는 경시대회 준비는 가장 부담을 느꼈던 부분이다. "선생님 한 분의 노력으로 일반고인 우리 학교에서 경시반이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워낙 저희가 내신 부담이 큰 세대이다보니 경시반 친구들이 하나 둘씩 그만두더라고요. 마지막에는 거의 저 혼자 남았어요."
학교 경시반 수업만으로 한국화학올림피아드 동상과 인천광역시 수학과학경시대회 화학부문 금상을 휩쓴 건 그의 "오기" 때문이었다. 학원 안 다니고 스스로 공부해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단다.
그도 형처럼 수업이 끝난 후 오후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했다. 고2 때까지 유일하게 다녔던 영어학원은 자율학습이 끝난 후로 했다. 내신준비는 시험 한 달 전부터 시작했다. 남은 기간은 경시대회 준비에 충실했다. 형의 영향으로 책도 많이 읽었다고 했다. 그는 "고3 형이 옆에서 공부하니까 자극을 많이 받았다"며 "형이 읽던 책을 자연히 접하게 되니까 읽는 양도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카이스트에서 신소재 공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과학에 관심이 많아요. 카이스트에 가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일반고 출신이 카이스트 조기입학하기 어렵다고 말렸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건 과학이 좋았기 때문이었으니, 대학에 가서도 열심히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