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0.75장씩 카트리지식 만년필로 씁니다”
노벨문학상 파무크 ‘작가의 일상’
“나는 하루에 0.75장을 쓰는 소설가다.”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터키의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사진>가 소설가로서의 자신의 삶을 공개했다. 파무크는 이 글에서 ‘바늘로 우물을 파는 각오로 소설을 쓰라’, ‘소설 쓰는 것을 몸에 밴 습관으로 만들어라’ 등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소설가의 숙명임을 강조했다. ‘작가의 일상’이란 제목의 이 글은, 파무크의 소설을 국내에 소개한 번역가 이난아씨가 번역해 문예 계간지 문학동네 겨울호에 공개했다.
파무크는 먼저 자신의 작업량을 분석했다. ‘나는 1년에 300일간, 170~180장을 쓴다. 그러니까 하루 0.75장이다. 나의 하루 전부가 이 한 장도 안 되는 종이 앞에서 지나간다.’
그는 기계처럼 쓰는 글쟁이가 되기 위해 ‘사소한 규칙, 몸에 밴 습관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군대에서 행하는 일련의 의식이나 규율은 외부에서 보면 난센스같다. 난센스처럼 보이는 나의 의식, 습관들이 사실은 하루 종일 나로 하여금 종이에 복종하게 하고 글에 존경을 표하게 한다.’ 그의 규칙은 아침에 집필실로 출근해 커피를 끓여 책상 위에 놓고, 메모지를 정리하며 전화선을 뽑고 문장 하나를 쓰기 위해 하루 종일 혼자 서성이는 것이다.
그는 카트리지식 만년필을 사용한다. 소설 쓰는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서다. ‘빈 카트리지는 버리지 않고 모아 둔다. 마치 사냥꾼이 빈 탄약통을 모으는 것처럼. 카트리지를 교체한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글을 많이 썼고, 작업이 진척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소설가는 자신의 소설에 대해 비평가보다 더 지독한 비평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의 손은 겁쟁이가 아니다. 비평가는 우리의 책이 나왔을 때 이곳 저곳 사소한 부분을 긁어댈 뿐이다. 하지만 우리 작가는 그들이 우리를 죽이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쫙 하고 찢어서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