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도 대문밖은 커녕 방문 밖 출입조차 하지 않는 사촌동생을 보면서 문득 '무엇이 녀석에게서 활력과 의욕을 꺽어버렸을까' 생각한다. '얼마나 갑갑할까'라고들 생각할 것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의 중학시절 역시 녀석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저 바보상자를 끌어안고 방에서 나가길 꺼려했다. 왜 그랬었을까? 그건 바로 내 몸과 마음을 옥죄고 있는 삶이라는 놈이었다. 좁은 방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날 바라보는 당신들이 느끼는 답답함과 갑갑함보다 더 한 것이 나의 삶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녀석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그 어두운 터널을 빨리 벗어나게 돕고 싶지만 아무도 도울 수 없다는 걸 안다. 그건 몸과 마음이 모두 덫에 걸린 탓이다. 언젠가 그 녀석이 자라서 성인이 되면 그때 소주잔을 기울이며 오늘을 추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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