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에게 속지 않는 25가지 방법 - 내 아이의 운명을 결정짓는 똑똑한 임신출산 준비
에밀리 오스터 지음, 노승영 옮김 / 부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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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가 25개월을 넘어가다보니 둘째 생각이 난다. 실은 그 전부터 둘째가 갖고 싶었다. 그것도 딸로! 아들은 있으니 골고루 아들 딸 키워보고 싶다며, 어서 둘째를 가져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였다. 왠지 둘째는 거저 키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애가 밤에 안자고 울어도, 모유 안나와서 분유를 먹여야 한대도 마냥 즐거울 것 같았다. 둘째니까 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둘째는 쉽게 생기지 않았고, 또 아들을 낳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물론 아들 아들도 정말 좋지만, 딸도 있었으면 하는게 엄마의 바람 아닌가. 게다가 첫째는 정말 아무것도 모를 때 덜컥 가진 터라, 둘째는 좀 공부하고 가지고 싶었다. 여유를 가지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정말 많이 도움이 되었다. 이미 지났지만 지난 임신 기간을 되돌아 볼 수 있었고 내가 잘 못 알았던 상식과 병원에서도 불분명하게 말했던 것들을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임신 기간에 방사능 걱정된다고 태교여행도 못 갔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행기 타면 방사능 위험 있지 않을까요? 검색대 때문에요, 라고 질문했던 예전이 생각난다. 그 때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더라. 비행기는 위험할 수도 있지요, 라며 두루뭉실하게 대답하셨다. 아마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가장 신기했던 부분은 남자와 여자의 정자 이야기였다. 여성 염색체를 가진 정자는 느리지만 장수하고, 남성 염색체를 가진 정자는 빠르지만 단명한다면서 남아를 낳고 싶다면 배란일에, 여아를 낳고 싶다면 배란일 전에 시도해야한다는 내용이 참 재미있었다. 실제로 남아를 가진 입장에서 본다면, 그 이론이 맞다고 하겠다. 딸을 낳는 비방이라니, 과학적 소견이 포함되긴 했지만 서양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 놀랍고 재미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산부인과야 말로 여자들이 가까이해야할 병원이란 생각이 든다. 임신과 출산도 중요하지만 여자의 몸은 민감하고 쉽게 병이 나는 곳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소중한 몸을 더욱 소중하게 지키기 위해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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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들고 냠냠 비룡소 아기 그림책 58
정은정 지음, 신진주 그림 / 비룡소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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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입을 꾸욱 찌그리고 있을 때가 많다. 두 눈은 한 녀석을 응시하면서 말이다. 바로 우리 아이. 친정에서 한달간 지내다가 오니 식습관이 아주 엉망이 되었다. 밥을 안먹어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몰래 불러서 빵 사주고 아이스크림 주니까 그 짓(?)에 재미를 들려서, 이제는 집에 와서도 그런다. 원체 밥을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라, 밥을 먹어야 간식을 먹을 수 있다고 협박하며 키웠는데, 한 달간의 여행은 밥에서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제 두 돌이 넘었으니 숟가락질, 포크질도 혼자 잘 할 수 있음에도 전혀 하려고 들지 않는다. 밥 먹는 일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니 숟가락질이라고 하고 싶겠는가. 밥 먹을 때마다 책을 보지 않으면 아예 안먹으려는 것도 버릇 중에 하나다. 이렇게 써 놓으니 우리 아들, 정말 식습관에 문제가 많다.


녀석과 나의 밥상 전쟁이 한창인 요즘, 비룡소의 <숟가락 들고 냠냠>을 만나게 되었다. 오호, 나에게 밥상 전쟁에서 승리할 비밀 병기가 생겼다! 하며 엄청 좋아했다. 특히 표지가 참 즐거운 책이다. 우리 아이와 같은 남자 아이가 빙그레 웃으며 숟가락을 혼자 들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정말 내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이랄까. '혼자' 숟가락질을 하며 밥 먹으면서 '즐거운' 모습 말이다. 표지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이는 수레에 숟가락과 물컵과 밥그릇을 태우고 식탁으로 간다. 그리고 엄마에게 밥 주세요!라고 씩씩하게 이야기한다. 아이는 혼자 숟가락을 들고 밥을 맛있게 먹는다. 단순한 스토리의 이 책이 재미있는 부분은 '의성 의태어'에 있다. 기울림과 크기가 변형 되어 있는 의성의태어를 읽다보면 저절로 운율이 느껴진다. "어디 어디가?"가 아닌 "어디, 어디가?"로 표현할 만큼 읽는 맛을 살리는데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저자인 정은정씨는 아이를 키우며 실제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엄마들이 원하는 표현이 참 잘 나타나 있다. 시종일관 웃고 있는 아이와 숟가락, 물컵, 밥그릇의 얼굴 표정이 그러하다. 이 책을 읽는 시기의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 등장인물의 표정에 상당히 많이 관심을 갖고 따라한다. 주인공이 웃으면 자기도 따라 웃는다. 그래서 밥 먹기와 같은 책에서는 아이 표정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야 아이도 밥먹기가 즐거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밥만 잘 먹어도 효자라는데, 사실 밥 먹는 것은 억지로 강요할 수 없는 일이다. 어른들한테도 강제로 먹어라 강요할 수 없지 않은가. 건강하면서도 아이가 입맛 당겨 하는 반찬을 준비하고 이렇게 밥 먹기가 즐거운 것임을 알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할 것이다. 밥을 잘 안 먹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아이 곁에 넌지시 이 책을 놔두어 보는 건 어떨까. 내일은 손수레를 준비해서 주인공 아이처럼 숟가락도 물컵도 밥그릇도 담아 식탁으로 즐겁게 오는 여행을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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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바로바로 써먹는 경제상식 - 취업? 창업? 경제 독립 전에 꼭 알아야 할 경제상식
김종선 지음 / 팬덤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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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10년차이다. 분명 돈을 벌긴 벌었는데 통장을 확인해보면 얼마 없다. 그나마 결혼하고나서 부랴부랴 돈을 모아야한다는 생각에 얼마 안되는 돈이나마 통장에 있기는 하다. 가끔 20대때 뭐에다 썼나 생각을 해봐도 딱히 크게 쓴 것도 없는데 말이다. 집도 없고 차도 없고 그렇다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죄다 떡 사먹었는지 월급은 뭉게 뭉게 뭉게 구름이 되어 버렸다.


아마 그건 돈에 대한 개념, 즉 경제에 대한 상식부터 노하우까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자금 모으는 적금을 붓고 나면 나머지는 매일 희희낙락 맛있는 거 사먹고 부모님 좋은 거 사드리고.... 내가 20대 때에는 누구도 돈을 모으란 얘기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몇 년간은 연말정산 때마다 어마어마하게 토해내고 말이다. 남들은 다들 돌려 받는다는데, 나도 모은 돈 없이 쓰기만 했는데도(?) 어째서 나는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인지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인줄로만 알았다.

이 책은 나처럼 경제에 무지한 20대들을 위한 경제상식 참고서이다. 정말 광범위하고 전방향적으로 각종 노하우를 담아냈다. 그토록 억울했던 연말정산 이야기는 이 책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취업 전부터 활용가능 한 경제 활동 상식, 취업 후 월급을 운용할 은행에 대해 알아보는 금융 활동 상식, 우리 사회의 경제상황에 대해 알기 위한 기초적인 지식과 개념들을 설명한 시사경제 상식, 창업을 하는 20대를 위한 기초적인 기업 운영 원리와 개념을 풀어 놓은 기업 활동 상식, 그리고 지금도 정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을 위한 재테크 상식까지 총망라하였다. 아마 다른 책이라면 챕터 하나당 책 한 권씩 내었어도 될 분량이다. e북이라 가볍게 읽었지만 분량과 내용만큼은 가볍지 않은 책이었다.

특히 신간이기에 지금의 경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였다는 것이 또다른 장점이다. 경제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바뀌는데 책들은 그에 따라가지 못해 현실과의 괴리를 보여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충분히 현실을 반영하였지만 기본기를 탄탄히 갖춘 점이 바로 20대부터 써먹을 수 있는 노하우 아닐까? 취업을 준비하거나, 취업에 성공한 사회초년생이 반드시 알아야할 상식과 재테크 이야기, 창업을 꿈꾸는 20대, 그리고 나처럼 이제야 경제에 눈을 뜨고 뒤늦게 공부하는 늦깎이들을 위한 경제백과사전, 경제 전반에 관한 입문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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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므랑 이영민
배상국 지음 / 도모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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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李榮敏, 1905년 12월 1일 ~ 1954년 8월 12일)은 일제강점기에 활약한 대한민국의 축구 및 야구 선수로 활약한 체육인이다.


축구인 활동[편집]

이영민은 1905년 12월 1일에 경상북도에서 출생하여 경상북도 대구 계성고등보통학교에서 경성 배재고등보통학교으로 스카웃 된 이영민은 재학 중 전조선 축구대회에서 활약하였으며 경평축구대항전에서 활약하였으며 경성축구단의 일원으로 1935년 천황배 전일본 축구 선수권 대회 우승의 주역이 되었다. 또한 조선축구협회의 창설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육상인 활동[편집]

경평(京平)축구선수로 육상대회 400m에서 54초6의 신기록으로 우승하였다.

야구인 활동[편집]

교내 야구선수를 하면서 장타를 뽐내어 4번타자로 기용되기도 하면서훗날에 감독으로 출전할 정도로 발군의 기량을 가진 만능 스포츠맨이였다. 배재학당 졸업 이후 이영민은 지금의 연세대학교인 연희전문학교로 진학한후 야구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야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던 이영민은 1928년 경성 운동장에서 열린 제 2회 지금의 서울대학교 의대인 경성의학전문대 주최로 개최된 야구 대회에서 경성의전과의 정기전에서 이영민은 3번타자로 출전하면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그 기록은 바로 한국인 1호 담장을 넘긴 홈런이자 야구장 개설 이래 처음으로 담장을 넘긴 선수가 되어 대회에서 홈런왕이 된다. 이후 일본 야구 대표 선수로 선발되어 미국 직업 야구단과의 경기에도 출전하는 등, 19세기 후반에 한국보다 먼저 야구단을 창단하여 활동했던 일본 선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기량으로 당시의 한국인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는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의 "천재 야구 선수"로 알려져 있다. 학창 시절에 조선 축구 대표 선수로 선발되기도 하였던 그는 1933년 창단한 경성 축구단에서도 선수로 뛰는 등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현역 은퇴 이후[편집]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활발한 야구 관련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야구 발전에 공헌했다. 8·15해방 후 조선야구협회 초대 이사장을 지냈으며, 1948년 제14회 런던 올림픽에 조사 연구원으로 파견되어 대한민국 체육계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1950년 일본에서 열린 넌-프로 (Non-Pro) 야구 회의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가했으며, 1954년에는 대한야구협회 (KBA) 부회장과 아시아 야구 연맹 (BFA)의 대한민국 대표를 지내는 등 대한민국 야구 발전을 위한 기초 마련에 크게 공헌했다.

말년[편집]

그러나 그의 사생활은 이혼과 가정 불화 등으로 좋지 못했고, 자녀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1954년 8월 12일 종로구 필운동의 자택에서 셋째 아들의 친구가 쏜 총에 맞아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한다.

학력[편집]

이영민 타격상[편집]

이영민 타격상은 대한야구협회에서 천재 선수이자 한국 야구 발전의 토대 역할을 한 이영민을 기리기 위해 1958년에 제정하여 고교 야구 선수 중 매년 9개의 전국 고교 야구 대회중 5개 대회 이상, 15경기, 60타석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 중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선수에게 상을 수여한다.




서평을 쓰기 전 아니 책을 읽는 내내 이영민이란 사람이 실존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존재했던 만능 스포츠맨 이영민의 이야기를 다룬 <호므랑 이영민> 이 책은 낯선 시대와 그 시대만큼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저 이영민의 실존에 대한 말을 하자면, 정말로 있었던 인물이었다. 위의 글은 위키백과에서 퍼온 글로 나처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담아왔다. 그런데 한가지 더 궁금한 점은 어째서 우리가 모르고 있었냐 하는 일이다. 야구에 무지한 나도, 야구라면 보통의 남자만큼은 알고 있는 남편도 이영민이란 사람은 처음 들었다. 오히려 책의 나운규나 심훈이라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보니 다소 어둡고 진지한 느낌이 있을거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깐이었다. 일제 시대에 체육대회며, 일본인과 조선인과의 대결과 갈등은 여전하였고, 잘나가는 도련님들의 기생집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이거 일제시대 맞아? 하는 생각이 정말 여러번 들었다. 솔직히 부자들은 시대에 관계없이 사는구나 싶었다. 조선에 단 하나 밖에 없다는 한정판 시계를 차고 다니는 나운규의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동안의 독립투사 이미지는 저리가라였다. 배경만 일제시대고 지금과 비슷한 '그들만의' 리그였다.


물론 그들이 했던 모든 것은 조선인들을 위한 승리, 조선인들을 위한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영민도 그러했다. 일본과 미국과의 경기에서 일본의 대표로 뛰고 승리를 얻었다. 일본의 프로구단에 입단하라는 제의도 있었다. 그것을 뿌리치고 조선인을 위한 경기를 하겠다, 조선으로 돌아가겠다는 그의 발언은 그가 한국인임을 증명하였다. 그럼에도 내 낡은 편견 때문인지, 일제시대에도 이렇게 호의호식하던 사람도 있었구나 싶어 진실성을 느끼긴 다소 힘들었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구성을 따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읽는 내내 익숙한 전개가 그려졌다. 시합날 기생과 퍼질러 자고 있는 이영민을 찾아다니는 친구의 모습이나 그런 영민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감독들의 모습이 영화의 익숙한 시작과 같았다. 아주 익숙한 스포츠 영화의 구성이다. 소설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이런 인물이 있었구나, 나운규가 이랬구나 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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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파랑 세상의 모든 색
크베타 파코브스카 글.그림, 한미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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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때때로 지루함을 느낄 때도 있어요. 끝이 한결같은 이야기는 마음 속 어딘가에 작은 불만을 일으키기도 하고, 항상 모두들 행복하게 서로를 사랑한다는데 삶은 그렇게 늘상 따뜻하고 정이 넘치진 않기 때문이지요. 특히 어떤 동화들은 아이들에게 노골적으로 착해져라고 강요하는데, 그 착해짐의 방법이 어른 말을 잘 듣는 것일 때는 답답함까지도 느끼기도 해요. 


그래서 아이에게 종종 '낯선' 그림책들을 접하게 해요. 기상천외하고 때로는 맥락이 없어 보이는 듯한, 그렇지만 상상력과 개성을 자극하는 특별한 그림책들이요. 아이랑 함께 읽은 <빨강 파랑 세상의 모든 색>도 정말 특별한 그림책이었어요. 색다른 화풍이면서도 친숙한 형태의 이 책. 아이와 제가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그런 책이었지요. 보는 이에 따라 즐길거리가 달라지는 이 책을 오늘 소개하려 합니다.







글씨만 보아도 참 복잡합니다. 처음에는 뭐라하는지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구요. 그만 좀 해! 라고 개구리가 소리를 친 것이 공감갑니다. 마치 아이가 울먹이면서 뭐라하는 소리 같아 웃음이 납니다. 달팽이는 회색이에요. 옅은 회색, 어두운 회색, 짙은 회색, 검은 색을 가지고 있어서 슬퍼합니다. 그래서 빨강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주황색을 가지고 싶어해요. 정말 아이 같네요. 아이들도 가지고 싶은게 있으면 이렇게 엉엉 울면서 울먹울먹 말하지요. 

색이 갖고 싶어 우는 달팽이의 이야기를 참 흥미롭게 표현한 것 같아요. 달팽이와 개구리의 대화를 글씨들로 이미지화 한 것도 색다르구요. 저자인 크베타 파코브스카는 체코의 그림책을 입체적 예술적 대상으로 승화했다는 평을 받는 작가입니다. 글씨와 문장만으로 대화와 감정과 분위기를 절묘하게 표현한데서 저자의 뛰어난 능력이 엿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오른쪽 페이지 중앙에 휠이 보이시나요? 휠을 돌리면 달팽이의 무늬색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이 책이 3살 아이에게도 사랑받는 건 이런 장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 아가는 저 휠 돌리는 것을 참 좋아해서 한 번 펴면 몇 분이고 빙글빙글 돌리고 있어요. ^^






개구리와 달팽이는 색깔을 찾으러 나섭니다. 사실 글이 매우 적은 책이라 전체의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아이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겠지요. 책도 시도 문장과 문장 사이의 행간을 읽을 수 있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지요. 유치원 정도의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행간을 읽는 단서 보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스토리가 분명하지 않다는 건, 몇 번이도 다시 펴보게 하는 힘을 가지니까요.

돌돌 색깔놀이판을 돌리면서 아이와 함께 색의 이름도 공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색의 이름을 가르치는 것보다 그저 빙글빙글 돌리며 즐거운 읽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모든 책들을 학습의 대상으로 보는 분들을 봐요. 집에 책이 좀 있다보니, 놀러오시는 분 중에 "이 책 읽으면 뭘 공부할 수 있어?"라고 물으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분들의 아이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구요. 하긴 저라도 싫을 것 같아요. 책 하나 읽을 때마다 뭘 하나씩 배워야 한다면, 얼마나 재미없을까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왼쪽의 휠을 돌리면 여러 색의 크레파스들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웃고 있는 표정이라 아이도 즐거운가봐요. 빗줄기에도 이렇게 색깔을 입히니 참 곱네요. 크레파스로 쓱쓱 그린 듯한 이 비들은 정말 아이가 그린 것처럼 선에 힘이 넘칩니다. 힘차고 즐거운 비라 보는 사람도 신나는 기분을 주는 것 같아요. 달팽이도 색깔을 얻어서 그런지 웃고 있고요.

색깔나라로 여행을 떠난 개구리와 달팽이는 여러 신기한 것들을 보게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부분들이기도 해요. 전체적으로 아이가 그린 듯한 화풍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아이들은 무엇을 그려도 참 힘차게 그려요. 아이들의 선에는 단호함과 힘, 그리고 즐거움이 담겨 있어요. 어른들이 아이처럼 그리려고 흉내를 내도 따라할 순 없지요. 그 느낌이 살지 않아요. 그런데 저자는 어떻게 그렸을까요? 그림 전체에 저자의 동심이 느껴집니다. 이 빨간 달도 그러하겠지요.











미소 짓는 달과 환하게 웃고 있는 달의 모습이 좋아 한동안 책장 위에 펴 놓았어요. 그림책에는 대상 연령이 없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런 책이 정말 좋은 책이라 생각해요. 누가 읽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림책.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고 읽는 것 자체로 행복해지는 그런 책 말이에요. 여러 색의 동글동글이들이 마치 아이들이 웃는 모습 같이 느껴지네요. 아마 이 책을 읽은 우리 아이 표정이 저러하겠지요. 너무나 사랑스럽고 기분 좋은 <빨강 파랑 세상의 모든 색>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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