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책이던 이 점을 기억하면 좀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바로 책의 안쪽을 살펴보는 것이지요. 책의 겉장을 넘기면 바로 보이는 이 곳. 단단한 종이와 내용지를 연결시키기 위한 기능을 하는 이 곳이, 바로 책의 아이덴티디를 확인할 수 있는 키워드입니다.
오늘 읽을 이 책에서는 이런 페이지가 있네요. 왼쪽은 숟가락과 포크와 여러 모양의 컵이 여기 저기 놓여 있어요. 반면에 오른쪽 페이지는 컵이 다섯개씩 놓여 있고, 숟가락과 포크는 2개씩 5묶음이 한 줄을 이루고 있네요.
이 책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요? 정리? 아니면 식기? 혹은, 수학일까요? 제목을 들으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수학그림책 시리즈인 <세라 선생님과 줄서 선생님>입니다. 아마도 왼쪽이 세라 선생님이고, 오른쪽이 줄서 선생님이겠네요.
네버랜드의 수학그림책 시리즈는 첫 책이 출간한지 1년이 조금 넘은 시리즈입니다. 각 권마다 수학의 한 개념씩 설명하고 있어요. 이번 <세라 선생님과 줄서 선생님>은 곱셈에 관한 것이고요.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는 사실 좀 드물지요. 그럼에도 수학그림책 시리즈는 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숫자를 참 좋아하는 우리 아이와 함께 읽어 본 이야기를 풀어놓으려고 합니다. ^^
세세 유치원에는 두 반이 있습니다. 세라 선생님의 노랑반과 줄서 선생님의 초록반이지요. 두 선생님은 아이들을 정말로 사랑했어요. 다만, 사랑하는 방법은 조금 다르긴 했어요. 아이들도 즐겁고 행복했답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즐겁고 행복했어요.
아래 그림을 보니, 노랑반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네요. 초록반 아이들은 차례대로 줄을 서고 질서를 지키며 놀고 있어요.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을 닮아가지요. 두 선생님의 차이가 가장 잘 나타나는 장면입니다.
어떤 반에 아이를 보내고 싶으신가요? 저는 제 성격이 세라 선생님 그 자체이기에, 오히려 줄서 선생님의 반에 보내고 싶기도 해요. 아이들이 차례를 지키면서도 웃고 있어요. 질서를 지킨다는 것이 괴롭고 힘든 것이 아니라 다같이 행복하기 위해서임을 알기 때문이지요. 그건 아마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시기 때문일 거에요.
그리고 수학도 마찬가지이지요. 수학을 어떻게 접하느냐도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개념적인 지식보다 중요한 것이 잠재적인 것들이지요. 수학을 접하게 해주는 사람의 수학에 대한 태도나 생각이 배우는 아이에게도 작용합니다. 예를들어, 수학 선생님이 좋으면 수학도 재미있잖아요? 우리 아이들도 그래요.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시작하면 배워가는 과정이 즐겁지요.
세라 선생님은 그런 면에서 최고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자유롭게 수학을 탐색하게 하지요. 하나 둘 세어보는 과정을 거치며 아이들이 수학을 쉽다고 느끼게 해줍니다. 아마 유아들이 이 책을 읽을 때는 세라 선생님을 중점적으로 보았으면 좋겠어요. 일대일 대응의 개념을 확실히 익힐 수 있지요.
반면에 줄서 선생님은 이미 하나 둘을 셀 줄 아는 아이들에게 좀 더 높은 수준의 수학을 접할 수 있게 해줘요. 단지 아는 것만 반복한다면 그건 너무 지루하지요. 자기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에 조금의 난이도를 더하고, 그 과정에 도전하는 일은 배움의 쾌감을 알게 합니다. 줄서 선생님은 둘씩 세어가는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곱셈의 개념을 알게 합니다. 이미 숫자를 알고, 그 개념이 충실한 아이들은 줄서 선생님의 방법으로 숫자를 세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곱셈은 수세기의 다른 방법이거든요.
바로 이 아이들처럼요. 노랑반 아이들은 하나씩 하나씩 공을 집어 넣습니다. 대조적으로 초록반 아이들은 열개씩 묶었구요. 세라 선생님은 말하지요. 얘들아, 정리하지 않아도 돼, 라고요. 하지만 아이들은 멀뚱한 눈빛으로 선생님께 말합니다. "지금 공을 세고 있는거에요."
수를 셀 때 하나씩 센다면 그것은 1의 곱셈, 2개씩 묶어 센다면 2의 곱셈, 10개씩 묶어 센다면 10의 곱셈이 되지요. 10 곱하기 1은 10이지요. 그 말은 10개짜리 묶음이 하나가 있다면 모두 10개라는 이야기에요. 그 개념을 지금 초록반 아이들은 공을 세는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답니다.
아마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가 이것이라 생각해요. 아이들이 쉽고, 자발적으로 그리고 감각적으로 곱셈을 익히는 것이지요.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는데다가 그림도 선명하고 색감이 고와 아이들의 눈길을 잡아 끕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도 쉽게 곱셈의 개념을 설명하였어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자신들이 곱셈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게 책을 읽어 나가겠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읽은 힘은 아이가 학교에서 곱셈을 배울 때 자연스럽게 발현될 것이라 생각해요.
초등교육에서 스토리텔링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수학에서 그러하지요. 교과서에도 항상 수학에 관한 동화로 동기유발이 됩니다. 그만큼 스토리텔링식 수학이 아이들의 이해도를 높인다는 것입니다. 어렵지 않게, 훌훌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수학을 즐거워하는 아이로 자라나게 도와줄 거에요. <세라 선생님과 줄서 선생님> 그리고 네버랜드 수학그림책 시리즈, 추천합니다.^^
시공주니어북클럽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