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거위 비룡소의 그림동화 170
낸시 태퍼리 글.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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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네마리의 동물들이 있네요. 온 몸이 파란 거위는 파란 물감에 붓을 찍고 있고요, 하얀 오리(거위랑 비슷한)는 통에 하얀 물감을 쏟고 있습니다. 그 뒤로 빨간 붓을 가진 빨간 암탉은 하얀 벽을 빨갛게 물들이고, 수레를 타고 기우뚱하게 서 있는 노랑 병아리는 간판을 색칠합니다. 아니, 이상하네요. 이 그림책은 아직 완성이 된게 아닌가봐요? 여전히 색칠하고 있잖아요.

 

낸시 태퍼리의 <파란 거위>는 어쩐지 신기하고 이상한 책이었어요. 파란 거위부터 그래요. 파란 거위를 보신 분들 있나요? 어딘가 세상에 없던 파란 거위처럼, 미지의 세계를 접하는 아이의 마음처럼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 보았어요.

 

 

 

 

파란 속지에 파란 거위를 쓰고 있는 파란 거위. 아무래도 저 파란 거위는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온세상을 파랗게 물들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가끔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만날 때마다 저런 능력이 있다면, 파랗게 칠해버릴 텐데 말이에요. 그렇지만 온세상이 내 마음대로 파랗기만 하다면, 그건 너무나 쓸쓸한 일일 것 같아요. 한가지 색으로 강요당하는 건 누구나 싫어하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파란 거위에게는 색깔이 다른 친구들이 있습니다. 바로 하얀 오리, 빨간 암탉, 노란 병아리가 파란 거위의 친구랍니다. 색깔이 다르고 종이 달라도 서로 사이좋은 모습이네요. 손수레에 물감을 가득 실고, 옆구리에는 붓 하나씩 딱 끼고 걸어가는 폼이 제법 비장해보입니다. 파란 거위와 친구들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왜, 파란 거위와 친구들 빼놓고는 모두 하얗기만 할까요?

 

 

 

 

"아저씨 다녀오세요!"

 

파란 거위와 친구들은 농부 아저씨가 없는 틈을 타서 농장을 멋지게 색칠하기로 합니다. 밋밋한 회색이 정말 지루해 보이는 농장이에요. 마치 요즘의 우리나라 같은 회색이에요. 연이어서 터지는 각종 사건들로 온 나라 사람들 마음이 회색빛이거든요. 그런 우리들을 위로하기 위해 파란 거위와 친구들이 왔나봅니다. 

 

 

 

 

 

 

저마다 벽을 칠하기도 하고 바닥을 물들이기도 하면서 농장을 꾸며 나갑니다. 파란 거위는 파란색, 빨간 암탉은 빨간색. 자신이 가진 색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네요. 칙칙했던 마음이 암탉을 따라 붉게 타오르기도 하고, 파란 바다처럼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파란 거위와 친구들은 4명입니다. 그렇다면 4가지 색깔만 나타날까요?

 

 

 

아닙니다. 친구들은 서로에게 물들어 전혀 다른 색깔을 만들어 내기도 해요. 노랑 병아리와 빨간 암탉은 주황색을 만들었습니다. 파란 거위와 하얀 오리는 하늘색을 만들었구요. 노랑과 파랑이 만나 초록이, 빨강과 파랑이 만나 보라색이, 빨강과 하양이 만나 분홍색이, 그리고.......

 

색깔의 혼합이라는 것은 참 신기해요. 마치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와 네가 만나서 '관계'를 만들어 내니까요. 노랑색이 없이, 주황색은 만들어질 수 없겠지요. 나도 네가 있어야 나인 것처럼 말입니다. 알고보면, 너무나 소중한 '당신'인데, 살면서 수많은 '당신'들이 나에게서 소중한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그토록 소중한 관계인데요. 돌이켜보니, 너무나 미안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파란 거위와 하얀 오리가 힘을 합쳐 하늘을 만들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이 녀석들이 부러워집니다. 원하는 색으로 자신들의 세상을 꾸미고 있으니까요. 그것도 서로를 소중히 여기면서요. 파란 거위와 친구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협동하며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갑니다. 어째, 우리보다 나은 것 같네요.

 

힘든 일이 발생해도 서로를 향한 존중과 배려는 늘 존재합니다.

"해는 어떻게 해요?"라고 노랑 병아리가 묻자, 모두들 함께 생각합니다. 누구 한 사람의 의견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답을 찾을 때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것이지요. 그게 설령 어린 병아리의 의견이라도 말입니다. 그런 세상은 어떤 색으로 칠해야 될까요? 파란색과 하얀색이 만나 이루어진 하늘색으로 칠하면 될까요? 우리 아이들이 한번 쯤 생각해보았으면 좋을 이야기를, 예쁜 그림에 담아 낸 저자의 능력이 놀랍기만 합니다.

 

 

 

 

저자인 낸시 태퍼리는 <아기 오리는 어디 갔을까요?>로 칼데콧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이 더욱 기대가 되었어요. 같은 가금류를 등장인물로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갈지 제목만으로는 상상이 되지 않았거든요. 책을 다 읽은 지금, <파란 거위>는 저에게 <아기 오리 어디 갔을까요?> 보다 더욱 사랑스럽고 아끼고 싶은 책이 되었습니다. 

 

그저 색깔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색깔들이 만나 이루어내는 멋진 세상같은 이야기.

저도 저 세상의 파란 거위가 되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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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잇! 조용! 책 읽거든!
코엔 반 비젠 글.그림, 김경연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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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쉬이잇! 조용! 책 읽거든!>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제가 늘 아이에게 하는 말이랑 똑같네요. 책만 읽으려하면 옆에 다가와서 "읽지마 읽지마"하고 책을 덮어버리는 우리 아이. 이 책에서 우리 아이를 잠재울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제목뿐만이 아니라 표지부터 저자의 이름까지 참으로 생경합니다. 어째 표지의 주인공들은 옷이랑 의자만 색칠해져 있고 나머지는 선으로 이루어져 있네요. 초록 조끼를 입고 빨간 보타이를 한 아저씨는 갈색의자에 앉아 있어요. 손에 든 책과 하늘 높이 올라간 모자를 보니, 저  쪼그만 아가씨 덕분에 책 읽기가 방해받았나봐요. 얼마나 놀랐는지 모자가 하늘까지 닿겠네요.

 

강아지도 마찬가지에요. 주인 닮에 길쭉길쭉한 저 강아지도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귀가 팔랑팔랑 날아다닐 정도로 놀란 반응입니다. 오로지 저 빨간 원피스의 예쁜 아가씨만 새초롬한 표정이에요. 많은 색을 쓴 것도 아니고, 자세하게 그림을 그려넣은 것도 아닌데,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알 수 있네요. 읽는 재미가 있는 표지입니다.^^

 

빨간 원피스의 아이는 통통통 공을 두드리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며, 아저씨의 독서를 방해합니다. 물론 일부러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에요. 아이들이 원래 놀다보면 다 그렇지요. 아이를 키워보니, 예전에는 이해할 수 없던 행동들-예를 들어, 식당에서 스마트폰을 틀어주는 엄마, 애를 끌고 백화점을 돌아다니는 유모차 부대-이 엄청나게 이해됩니다.

 

아저씨의 입장도 이해가 되요. 저도 쉴 때는 혼자 책을 읽고 싶은데, 늘 아이의 방해로 책 한 권 떼기가 쉽지 않지요. 아저씨는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할까요? 방법은 취미의 공유에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아이에게 책을 선물했고, 아이는 책의 매력에 푸욱 빠져듭니다.

 

사실 이러한 분쟁은 가족간에도 많이 나타나지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이휘재씨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조하하는 야구를 즐기고 싶지만, 아내는 육아에 동참하기를 바라지요. 서로가 바라는 것이 상반될 경우, 한 사람의 의견만 강요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휘재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야구장에 가는 것으로 해결을 했어요.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결론, 현명한 아빠답더라구요.

 

그렇게 아저씨도 아이와의 취미생활 공유로 모두가 만족하게 됩니다. 앗, 한 가지 강아지의 반전이 있긴하지요. 그렇지만 그 일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모두가 함께 공유하면서 해결해나갑니다. 그저 단순한 책 읽기와 방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너와 내가 타협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 같습니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만장일치 합의제로 유명한 네덜란드에 방문한 한국 공무원이 네덜란드 관계자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내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모두가 만족할 때까지 회의를 합니다."

누구 하나의 의견도 무시하지 않고 소중히 다루면서 타협하고 해결해가는 그들의 회의. 이 책을 통해 그런 방법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어 나갈 수 있었어요. 늘 책 읽기를 방해하는 우리 아이에게도 가르쳐주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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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의 엄청난 하루 작은 곰자리 25
안나 피스케 글.그림, 나명선 옮김 / 책읽는곰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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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가 엄청납니다. 얀이라는 이 소년은 커다란 전지가위를 들고 눈 앞의 가지들을 사정없이 잘라내고 있네요. 그러면서도 하나도 겁 먹은 표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것 쯤이야, 하는 자신만만한 표정이네요.

 

늘 엄청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신발을 신고는, 나가자고 문 앞에서 울어댑니다. 이제 세살인 아이는, 매번 신발을 왼쪽과 오른쪽 뒤바꿔 신고는 합니다. 어떤 날에는 제 신발을 들고와 발에 신겨주기도 하고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나갑니다. 너무 귀여우니까요.

 

얀도 아마 그런 아이일 것 같아요. 강아지 치치에게 모험을 떠나자, 하고 아주 알차게 가방을 꾸립니다. 빵도 챙기고 뭐 이것저것 어디에 쓸 것인지 몰라도 가방을 빵빵하게 꾸려 집을 떠납니다. 많이 다녀온 곳을 떠나는 것 같기도 해요. 아이들은 자신이 잘 아는 것에 대해 자신만만합니다. 가방을 쌀 때 얀의 표정이, 그랬거든요.

 

엄청난 하루가 시작됩니다. 커다란 고양이에게 물고기를 주고, 얀보다 큰 물고기들에게 빵을 나누어 줍니다. 구덩이에 빠져도 당황하지 않고 용수철을 꺼내 통통! 튀어 나오기도 하구요. 하루를 얀처럼 보낸다면, 정말 그건 엄청난 하루가 분명할 것입니다.

 

보는 내내, 여긴 어딜까 얀의 상상 속일까?하고 많은 의문을 가지고 보았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반전 아닌 반전이더라구요! 저는 모르고 읽었지만,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 설명을 찾아보니 그 반전 부분이 책소개 첫 부분에 나오더라구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재미있고 놀라운 반전인데, 너무 쉽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요.

 

저도 아이랑 밖으로 나오면 언제나 비슷비슷하게 놀아요. 마당에 돌을 던져보기도 하고 손잡고 동네 한바퀴 돌기도 하는, 정말 늘 하는 일상적인 놀이지요. 그럼에도 아이는 몇번을 해도 늘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먼 곳이 아니라 집 앞 놀이터에서도 에버@@ 빰치게 행복해하더라구요. 사실 아이들은 얀처럼 소박(?)하게 놀아도 너무나 행복해하지요.

 

 

 

 

 

 

얀은 침대에 누워 하루를 돌아봅니다. 하루를 엄청나게 살아내서 그런지 전보다 더 씩씩하고 멋있어 보이네요. 행복해 하는 저 표정도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 우리 아이도 저런 행복한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을까요? 행복은 가까이에, 라는 문구가 저절로 생각나는 그림책입니다. 우리 아이처럼 사랑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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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작가님의 방송을 보았어요. 욕망의 3부작을 완성하신 후라,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때 저도 저자신의 욕망과 삶의 목표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국민 소득이 8천불일 때나 현재 2만 4천불일 때나 행복지수가 같다던 말씀. 저도 행복하는 것이 삶의 유일한 성공이라 믿는 사람인데, 어디서부터인지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방송보고나서 제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그동안에는, 좋은 직장, 결혼, 아기 이런 것만 갖춰지면 다 행복해질 줄 알았거든요. 저도 제 삶을 행복하게 하는, 저만의 삶의 목표를 찾겠다고 다짐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특히 그 문장... 어린아이가 요트의 가격을 물어보았는데, 주인은 가격을 안다고 바로 요트를 가질 수 없다고 했지요. 너무나 비싼 가격이라면 엄두조차 못내고 포기해버린다는 그 이야기를 듣고 가슴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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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서를 읽을 때마다 의식적으로 근현대사는 빼고 읽는다. 너무나, 불편하고 괴롭기 때문이다. 위정자들의 이기적이고 멍청한 판단들, 국민들의 비참하고 처절한 생존들을 차마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의 우리나라를 보면, 내 눈 앞에서 한국의 근현대사가 다시 진행되는 기분이다. 그 비참한 역사의 소용돌이가 재생되는.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근현대사를 읽어야 우리사회가 좀 더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를 구입하여 읽었다. 읽는 내내 이것은 현대사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많이 괴로웠다. 그러나 쌍둥이 역사를 해석하는 유시민의 분석에 놀랐다. 그리고 그의 글들에 감동하였다. 내가 느끼는 정치인 유시민은, 독단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 생각했었는데 날카롭고 따뜻한 그의 글들을 보며 한국 현대사와 현실에 위로받았다. 정치인으로서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일이라 생각하지만 그의 글을 끊이지 않고 읽을 수 있다는 독자의 마음은 행복하다. 어서, 우리나라가 제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된 나라가 되어 나중에는 <나의 한국현대사>를 웃으면서, 그래 이런 적도 있었지, 하고 읽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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