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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잇! 조용! 책 읽거든!
코엔 반 비젠 글.그림, 김경연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쉬이잇! 조용! 책 읽거든!>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제가 늘 아이에게 하는 말이랑 똑같네요. 책만
읽으려하면 옆에 다가와서 "읽지마 읽지마"하고 책을 덮어버리는 우리 아이. 이 책에서 우리 아이를 잠재울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제목뿐만이 아니라 표지부터 저자의 이름까지 참으로 생경합니다. 어째 표지의 주인공들은 옷이랑 의자만 색칠해져 있고 나머지는 선으로 이루어져
있네요. 초록 조끼를 입고 빨간 보타이를 한 아저씨는 갈색의자에 앉아 있어요. 손에 든 책과 하늘 높이 올라간 모자를 보니, 저 쪼그만 아가씨
덕분에 책 읽기가 방해받았나봐요. 얼마나 놀랐는지 모자가 하늘까지 닿겠네요.
강아지도 마찬가지에요. 주인 닮에 길쭉길쭉한 저 강아지도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귀가 팔랑팔랑 날아다닐 정도로 놀란 반응입니다. 오로지 저
빨간 원피스의 예쁜 아가씨만 새초롬한 표정이에요. 많은 색을 쓴 것도 아니고, 자세하게 그림을 그려넣은 것도 아닌데,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알
수 있네요. 읽는 재미가 있는 표지입니다.^^
빨간 원피스의 아이는 통통통 공을 두드리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며, 아저씨의 독서를 방해합니다. 물론 일부러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에요. 아이들이 원래 놀다보면 다 그렇지요. 아이를 키워보니, 예전에는 이해할 수 없던 행동들-예를 들어, 식당에서 스마트폰을 틀어주는
엄마, 애를 끌고 백화점을 돌아다니는 유모차 부대-이 엄청나게 이해됩니다.
아저씨의 입장도 이해가 되요. 저도 쉴 때는 혼자 책을 읽고 싶은데, 늘 아이의 방해로 책 한 권 떼기가 쉽지 않지요. 아저씨는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할까요? 방법은 취미의 공유에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아이에게 책을 선물했고, 아이는 책의 매력에 푸욱 빠져듭니다.
사실 이러한 분쟁은 가족간에도 많이 나타나지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이휘재씨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조하하는 야구를
즐기고 싶지만, 아내는 육아에 동참하기를 바라지요. 서로가 바라는 것이 상반될 경우, 한 사람의 의견만 강요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휘재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야구장에 가는 것으로 해결을 했어요.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결론, 현명한 아빠답더라구요.
그렇게 아저씨도 아이와의 취미생활 공유로 모두가 만족하게 됩니다. 앗, 한 가지 강아지의 반전이 있긴하지요. 그렇지만 그 일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모두가 함께 공유하면서 해결해나갑니다. 그저 단순한 책 읽기와 방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너와 내가 타협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 같습니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만장일치 합의제로 유명한 네덜란드에 방문한 한국 공무원이 네덜란드 관계자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내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모두가 만족할 때까지 회의를 합니다."
누구 하나의 의견도 무시하지 않고 소중히 다루면서 타협하고 해결해가는 그들의 회의. 이 책을 통해 그런 방법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어
나갈 수 있었어요. 늘 책 읽기를 방해하는 우리 아이에게도 가르쳐주어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