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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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드문드문 내가 ADHD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때 성적은 좋은 편이었지만 ‘주의가 산만하다’는 선생님의 코멘트를 달고 살았다. 남들보다 훨씬 일찍 글자를 깨우쳤기에 또래보다 많은 글을 읽었고 자연히 그들보다 아는 게 조금 더 많아서 학교수업이 시시했었을 거라고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그러나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그건 부모님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나는 대체로 산만하다. 진득하니 무언가 하지 못한다. 아니 정정하겠다. 너무 쉽게 과몰입한다. 과몰입 상태가 아닐 때는 부산스럽고 요란하거나 끝없이 우울한 상태를 오갔다.⠀

재작년부터였나? ⠀
(물론 그 전에도 조금씩 그래왔지만) 일을 하면서 조금만 틈이 나도 집중을 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거나 허튼 짓을 해댔다.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길 수준이 아니었고, 아이들에게 집중하란 말을 하는 것이 가증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내 스스로가 불안정했다.⠀

작년에 아프면서 그 수위가 극에 달했고, 친한 친구에게 진지하게 ADHD 검사를 해봐야 할까? 고민을 털어놓았다. 친구는 웃으며 그 정도 아니라고 위로했지만, 나는 어느새 ADHD검사를 할 수 있는 병원을 검색하고 있었다. ⠀

그 즈음에 이 책을 만났다. 이 책 말고 한 권이 더 있는데 그건 다음에 따로 얘기하고 싶다.⠀

‘젊은 ADHD의 슬픔’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소위 ADHD의 병리학적 연구를 다루는 책이라기 보다 에세이답게 ADHD에 얽힌 정지음 작가의 고백록 같은 책이다.⠀

책의 초반에는 몇 가지 ADHD의 특징들이 나열되고, 작가의 경우에는 어땠는지 나름 담담하게 쓰여져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내 얘기 같아서 ‘소오름’과 동시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나를 너무나 객관적이고도 함축적으로 진단하는 문장들 같아서.⠀

용기내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본 저자와 달리, 나는 병원을 검색하고 그곳에 가는 길을 시뮬레이션 해봤지만 직접적으로 가보지는 못했다. 진짜로 병명을 진단받기가 두려웠던 탓이다.⠀

다행스럽게도(이게 다행인가 싶지만) 나는 작년부터 지병이 심해진 탓에 일을 영 그만두게 되었으니, 대외적으로 책잡히거나 민폐를 끼칠 염려가 줄었으므로 ADHD검사를 위해 병원가기는 나중으로 미뤄졌다.⠀

대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위로와 약간의 해법을 얻었다.⠀

정지음은 이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ADHD를 겪는 자로서 본분을 다하면서 에세이스트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는데, 그건 작가가 겪는 증상에 비추어 보면 다분히 역설적이기도 하다.⠀

산만한 작가의 행동은 다채로운 어휘로 버무려진 글 속에서 빛이 난다. 자신이 너무 떠벌거려 귀를 막고 싶어하는 지인들을 보며 그렇다면 말의 재료를 다양화해야 된다며 텍스트로 어휘를 늘리자고 생각하는 부분은 신이 났다. 말이 많고 충동적이기에 단어 선택이 경솔해지고 말실수로 이어질 때가 많은데, 어휘가 풍부하다면 그 싸한 부분을 반전시킬 때가 많다는 것이다. 잘못과 사과의 말조차 다양한 어휘와 함께 위트와 유머로 갈무리하여 내려앉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건 참신하면서도 영리했다.

자기 연민일지도 모르는 어떤 글은 동지로서의 이해를 담아내고, 몸으로 채득한 해결방안은 내게 충분한 다짐들이 되어주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울먹거리도 낄낄거리기도 했지만, 내 증상들이 작가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확신을 얻으며 안도를 느꼈다는 것에 미안하고 감사했다. 이런 글의 집합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도 계속 병원이나 검색해보면서 이거 했다 저거 했다 너저분하게 일을 벌이고 있을 터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마음은 전보다 평안하다.⠀

그러므로 책에 조심스럽게 쓰여져있던 요령들을 추려보며, 나도 나에게 기회를 주려한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불안은 덜하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
한 줄 건너 한 번 밑줄을 그을 정도로 공감 투성이의 책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 주의력은 공중으로 흩어지기 일쑤였던 것을 고백한다. 그래서 1판 1쇄를 사놓고도 이제서야 완독하지 않았겠는가. 읽다가 던져두었다가, 다른 것 읽다가 집어들었다가… 비록 몇 개월이 걸렸지만, 앞선 내용의 대부분이 마음에 남았던 걸 보면 나쁘지 않은 책이다. 아니 아주아주 좋은 책이다.⠀

자신이 ADHD라고 의심하든, 추호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든 한번 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다 떠나서 읽는 재미가 상당한 책이니까. (찡긋)⠀

ps. 정지음의 책이 하나 더 나왔네?!? 사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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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퍼센트 인간 -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로 보는 미생물의 과학
앨러나 콜렌 지음,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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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정체 모를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아무 경고도 없이 순식간에 통증이 밀려오고 무기력과 착란 상태가 지속됐다. 그러다가는 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멀쩡해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담당 전문의들을 만나 갖가지 혈액 검사를 하고, 일상을 포기한 채 몇 주, 몇 달씩 증상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마침내 정확한 진단이 내려졌지만, 이미 몸속 깊이 감염된 상태였다. 그리고 황소 떼도 고칠 수 있을 만큼 독한 항생제를 장기간 투여한 후에야 비로소 나 자신으로 돌아왔다. - P7

이쯤 되니 슬슬 의심이 들었다.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 항생제 때문에 살인진드기가 몰고 온 나쁜 균은 물론 원래 내 몸속에 살던 착한 균까지도 모두 사라진 건 아닐까? 내 몸이 미생물도 살기 어려울 정도로 척박해진 모양이다.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몸을 자기 집처럼 여기던 100조 마리의 착한 꼬마 생물체들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존재였는지를. - P7

우리는 겨우 10퍼센트 인간일 뿐이다. 우리 몸에는 우리가 내 몸뚱이라고 부르는 인체의 세포 하나당 아홉 개의 사기꾼 세포가 무임승차를한다. 하지만 여기에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 얼밀히 말하면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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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컬렉션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 전11권 - 가난한 사람들 + 죄와 벌 + 백치 + 악령 +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석영중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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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혹스러운 장정과 빛나는 금장 책갈피, 무드 있는 독서대 덕분에 책 읽는 시간이 즐거울 것 같습니다. 기대한 만큼을 충족하는 멋진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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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리커버 에디션)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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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말 필요없지. 정세랑 is 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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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한정 양장본) - 가장 작고 사소한 도구지만 가장 넓은 세계를 만들어낸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홍성림 옮김 / 서해문집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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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연필이 가진 무한한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제목만 들어도, 표지만 봐도 설렐 수 밖에 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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