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정체 모를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아무 경고도 없이 순식간에 통증이 밀려오고 무기력과 착란 상태가 지속됐다. 그러다가는 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멀쩡해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담당 전문의들을 만나 갖가지 혈액 검사를 하고, 일상을 포기한 채 몇 주, 몇 달씩 증상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마침내 정확한 진단이 내려졌지만, 이미 몸속 깊이 감염된 상태였다. 그리고 황소 떼도 고칠 수 있을 만큼 독한 항생제를 장기간 투여한 후에야 비로소 나 자신으로 돌아왔다. - P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