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작중 화자인 '나'를 비롯한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들의 울타리 밖에서 보면 어느 모로 보나 '문제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중이떠중이들의 집합소인, 소위 삼류 고등학교에 다니는 그들을 세상이 달가워할 리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제 3자에게 '좀비' 혹은 '아메바'라 불리는데, 그 이유는 평균 학력이 뇌사 판정에 버금가는 혈압 수준이라서 살아있는 시체, 즉 좀비라고 부른다고도 하고도 하고, 워낙 단순해서 '아메바'라 불린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역설적으로 '죽여도 죽지 않는 존재(좀비)'이자 그리스 어로 '변화'를 뜻하는 단어(아메바)이기도 하다. 옛말에 '꿈보다 해몽'이라고 어떤 것이든 해석하기 나름이다. 교내 생물 선생인 '닥터 몰로'의 계몽적(?) 발언에 나름대로 자극을 받은 몇몇 아이들, 그들 중 자생적으로 모인 47명의 아이들은 아예 이 참에 '더 좀비스'라는 그룹을 정식으로 발족하고 그들만의 혁명을 꿈꾸고 계획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혁명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지나고 보면 사소하고 치기 어린 젊은 날의 초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의 혁명에 지지를 보내주고 싶은 것은 유쾌,상쾌, 통쾌한 그들만의 방식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계급사회에 바람 구멍 하나 뚫기 위해 모인 그들의 좌충우돌 모험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무모하지만 그 속에 가슴 찡한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을 하고 만다. 그들의 세계에 동화되어 가는 느낌이 아주 좋다. 게다가 <레벌루션 No.3>에는 개성만점의 캐릭터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작중 화자인 '나'부터 순신, 히로시, 가노야, 아기까지 그 매력은 차고 넘칠 정도다. 특히 그 중에 최고봉은 뭐니뭐니 해도 '야마시타'인데, 그는 심각한 상황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분위기를 180도 전환 시켜주는 존재다. 그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슬랩스틱 코미디'가 따로 없다. 웃겨서 웃고, 기가 차서 웃고, 허탈해서 웃고...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웃음으로 세상을 조롱할 줄 아는 기회를 제공하는 인물이기에 엄청난 민폐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혹은 사랑스러운) 인물인 것이다. (오 지저스! 나 이미 빠져든거야?)

'혁명'의 의미를 지닌 다소 무거운 제목과는 달리 가벼운 터치로 그려낸 <레벌루션 No.3>는 소위 '문제아'들의 모험담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물론 가벼운 터치라고 해서 내용마저 한없이 가벼운 것은 아니기에 유쾌함의 이면에는 쉽게 해결하기 힘든 사회적 편견이며 부조리가 앙금처럼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의 최고 미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달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춤 춘다' 라는 끊임없는 패기와 투쟁 의식에 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혁명을 위한 최대의 밑거름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 밑거름을 바탕으로, 일류사회에서 늘 멸시당하는 삼류 인생들의 통쾌한 한방이 나를 기분 좋게 한다. 내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을 무렵 가슴이 조금씩 벅차올랐던 것도, 책을 덮었을 때 나도 모르게 씨익- 웃음 지었던 것도, 왠지 모르게 박수를 치고 싶었던 것도 모두 그 한방 탓일 것이다. 마치 힘들고 지치는 어느 오후의 박카스 한병 같은 그런 소설. 그래, 딱 그런 소설이다.

책을 읽다보면 '읽고 치우는 책'이 있는 반면, '그 작가의 책을 모조리 다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다. 나는 가네시로 가즈키의 대표작 < GO >를 아직 못봐서 이 책이 그와 만나는 첫 소설이다.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읽어봐야겠다. 특히 <스피드>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이 소설과 어느 정도 연속선상에 있다니까 그 연결고리를 찾아가며 읽어 보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다. '더 좀비스'의 또 다른 활약상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




+) 단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번역. (OTL)
이미 여러 사람들이 문제점으로 꼽았던 일이라 긴 말은 않겠다만, '킨다이치 소년(金田一少年, 우리에겐 '김전일'로 알려진 인물)'을 '가네다 이치 소년'이라고 번역한 것이라든가,'하지메의 일보(はじめの一步, 우리나라에는 '더 파이팅'이란 만화로 출간)'를 그냥 '첫걸음'이라고 번역한 것, 쿄진(巨人, 거인이라는 뜻)을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아닌 일본식 독음 그대로 쿄진으로 번역한 것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면 일본어나 일본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먹을 수가 없잖앗!! (-_-+) 그래서 과감히 별 하나 빼버렸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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