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에 Historie 1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조사한 바에 의하면 'Historie'는 '기록된 사실'로서의 역사, 즉 사가(史家)에 의해 기록으로 남겨진 역사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렇다.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히스토리에>는 알렉산더 대왕의 개인 서기관이자 최측근 장수였던 에우메네스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이다. 그러나 실제로 에우메네스의 유년시절은 대부분이 베일에 쌓여있다고 하니, 작가는 실존인물과 사건을 대상으로 상상력을 불어넣은... 이른바 팩션으로서 이 만화를 그려내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전세계 출판계에 불어닥친 팩션열풍이 만화라고 해서 비켜가진 않을 모양이다.

이민족으로 태어났지만, 그리스인으로 자란 그는 영리하고, 생각이 깊으며, 위기의 상황에서도 좀처럼 흔들림없이 침착함을 유지하는 인물이다. 그것은 냉철함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으로, 굳이 말하자면 모든일에 너무 담담해서 자극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고 하는 쪽에 가까운 것이다. (아니 그것도 어쩌면 생존을 위한 처세인지도 모르지만...)

책은 스펙터클한 그의 유년시절을 속도감 있는 전개로 풀어나가고 있다. 역사를 무대로 한 만화는 자칫 지루하거나 심각해질 수 있음에도 작가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들어놓고, 심지어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드니 과연 강한 포스의 소유자답다. 이런 만화는 으레 그렇듯, '이거 정말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기 때문에 (나같이) 호기심이 강한 독자라면 귀찮은 '자체 조사'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시대의 주변지식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 만화보고, 공부하고...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혹자는 말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보고 프랑스 혁명을 배우고, <불새의 늪>으로 종교전쟁을 배웠으며, <아르미안의 네 딸들>로 고대 세계사와 지리, 신화에 대한 감을 잡았다고...!!! 만화란 그런 것이다. 알게모르게 우리에게 지식 전달의 역할도 하고 있는 고마운 존재. 여기에 더해 고대 지중해 연안의 생활상과 역사를 알고 싶다면 <히스토리에> 이 만화를 읽어보자. 내용의 특성상 앞으로 엄청난 장편이 될 거란 예감이 들긴 하지만, 한권 한권 곱씹으며 내용을 내것으로 만드는 보람이 느껴지는 만화는 흔치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다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김태권의 역사만화 <십자군 이야기 1>에서 보면 바르바로이(고대 그리스인이 이국인을 가리키는 명칭)가 어떤 이유로 '야만인'이란 뜻으로 변질되었는지 묘사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히스토리에>속에서도 나타나는데, 가만히 보다보면 고대 그리스인들이 가진 시민계급으로서의 우월의식이랄까, 특권의식을 잘 알 수 있다. 자신들은 원래부터 선택받았다는 미명하에 사람을 짐승부리듯이 하는 그들. 불합리한 계급제도와 이민족에 대한 비인간화를 통해 폭행과 욕설, 괄시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그들을 보며 요즘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행태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참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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