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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사냥꾼 - 이적의 몽상적 이야기
이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5월
평점 :
서너 페이지만 넘겨봐도 알 수 있다. '상상력에 날개를 달았다'는 말이 퍼뜩 떠오를 만큼, 이 책이 엉뚱하고도 놀라운 이야기들로 묶여져 있다는 것을. . .
두 달전쯤 가수 '이적'이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컴퓨터를 켜면 어김없이 가보는 인터넷서점의 메인에는 그의 책 출간을 알리는 소개글과 이벤트가 즐비했다. '이적'이란 사람이 얼마나 입담좋고, 아티스트의 기질이 충만한지는 굳이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익히 알고 있었던지라 '기회가 되면 꼭 그의 책을 읽어보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얼마전 소문의 그 책을 직접 눈으로 볼 기회가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하드커버 양장본에다 고급 수입종이, 꽤 눈길 끌만한 삽화가 곳곳에 배치되어있었다. 내용은 어떤가 싶어 보니 활자폰트가 큼지막한 것이 읽기에 지루하진 않겠다. 대신 그에 걸맞게 책값은 5자리수다.- _-; (허나, 요즘은 워낙에 책값이 비싸다보니 그다지 충격도 없다!)
프롤로그Prologue랄까? 목차가 소개되기전에 나오는 첫 이야기, '활자를 먹는 그림책'은 이 책이 어떠한 책인지..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것인지, 어떤 자세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렴풋이 느끼게 해준다. 만약 그 첫 이야기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아마 뒷이야기들 역시 재미없을 것이다. 물론 나는 아주 마음에 들었으므로, 뒷장을 넘기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곤 단숨에 책을 읽어내려갔다.
책은 12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것은 아주 짧고, 어떤것은 책의 4분의 1은 차지할 만큼 긴 이야기이기도 했다.(그래봤자 총 200페이지 남짓한 책이고, 폰트가 커서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12가지 이야기는 각 내용마다 독특했고, 발군의 상상력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제불찰 씨 이야기'는 보는 순간순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마지막이 조금 안타깝기는 했지만 말이다...; 또 '자백'이란 글이 묘하게 기억에 남는다.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응징하는 그에게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일까? - _-;; 특히 그가 말하는 다음 계획에 은근히 환호하는 나..;;; 하지만 진짜로 그런일이 발생하길 원치는 않는다. 현실에서 정말로 그런일이 일어나면 얼마나 엽기적인 일인가..;; 그저 상상속에서만 즐거워 하련다.-_-; (아- 내속에도 '작은 악마'가 살고 있나?)
'몽상적夢想笛 이야기'라고 책 앞에 카피로 써놓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확실히 이적의 몽상가 기질을 보여주데에 걸맞는 책이다.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환상문학'정도? 물론,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다. 상상력이 기발하다해도 그것을 글로 보여주는데에는 탁월한 능력과 기교, 수정작업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전문작가들이 있는 것이고, 그들이 대작을 탄생시킬때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공들여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여 탈고를 거친뒤 세상에 내놓는 것 아니겠는가? 이적의 상상력이 아무리 발군이라하나, 전문적으로 글 쓰는 사람의 '그것'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문체와 조금 미흡한 글 전개는 나로하여금 2%부족한 아쉬움을 가지게 한다. 다만 아직은 아마추어이고 처녀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놀라운 글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다. 다음번 작품에서는 훨씬 안정되고, 다듬어진 그의 글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그가 '소설'말고 '에세이'를 써도 괜찮을 듯 싶으니 그쪽도 내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덧) 1. 얼핏, '김영하식의 글'을 닮아있어 반가우면서도 묘한 느낌.(예를 들어 '음혈인간(飮血人間)으로부터의 이메일'같은 것) 아니나 다를까...? 뒤에 김영하의 평이 실려있어 조금 놀랬다.-ㅁ-;
2.. 음악적으로도 재능이 뛰어나 그 것을 다 분출을 못시켜 어찌할바를 모르는 이 청년에게 이런 글 쓰는 재주도 있다니...- _-;; 인간에게는 각기 하나 이상의 재능이 숨겨져 있다는 말이 있다. 평생을 그 한가지 재능도 발견못해 아둥바둥 살아가는 인간도 있는데, 가끔 2~3개의 재능을 하사받은 축복받은 인간은 잘도 그 것을 발견하여 마음껏 발산하고 산다. 아- 질투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