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곳은 도서관이었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느껴진다. - P18

우리 가족의 도서관 사랑은 지극했다. 다독 가족이었지만 책장에 책이 그득하다기보단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는 걸 더 좋아했다. 부모님은 책을 귀하게 여겼지만 대공황 때 어린 시절을 보내 돈이란 있다가도 금방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고, 빌릴 수 있는 물건을 굳이 돈 주고 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몸소 고생하며 배운 분들이었다. 그런 투철한 절약정신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부모님은 책이란 읽기 위해 읽는 것이라고 믿으셨다. 집에 모셔놓고 두고두고 돌볼 물건, 손에 넣을 목적의 기념품 같은 게 아니라. 책을 읽는 것은 여행이었다. 기념품은 필요 없었다. - P20

대학에 들어갔을 때 내가 부모님과 나를 차별화시킨 방식 중 하나가 열광적으로 책을 소유하는 것이었다. 교재를 구입하면 흥분되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건 당시의 내가 유유자적 도서관을 누비고 다니며 대출 기간 동안 책을 소유하는 데 대한 감사를 잃었다는 것이다. 나는 주변에 책을 두고 내가 접한 이야기들의 토템폴을 세우고 싶었다. - P21

시간이 도서관 안에 멈춘 건 아니었다. 그저 시간이 도서관에 붙잡히고 수집된 것 같았다. 모든 도서관에 내 시간, 내 인생뿐 아니라 모든 인간의 시간까지. 도서관에서는 시간이 둑으로 막혀 있었다. 그냥 정지된 게 아니라 저장되어 있었다. 도서관은 이어기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 고여 있는 연못이다. 불멸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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