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 책, 도서관, 서점 등의 단어가 들어가 있으면 일단 호감부터 가지고 보는 경향이 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도 그러한 경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서 선택된 책이다. 그래도 막상 읽기를 미뤄두고 읽을 책 리스트에만 올려두던 책인데, 갑자기 읽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다. ⠀

열흘 전 쯤의 일인데, 산책로의 한 벤치에 어떤 여자분이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긴 생머리에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조용히 책 읽는 데에 열중하는 모습이 몹시 예쁜 것이다. 몰래 사진찍어서 전해주고 싶었을 정도로.(물론 그러진 않았다) 동시에 무슨 책인지 무척 궁금하여 그 앞을 지나가면서 곁눈질로 재빨리 커버를 훑었는데, 그게 바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였다. 그 순간 “아, 나도 어서 읽어야지!” 생각했다. 저 책 읽는 내 모습도 예쁠 것 같아.(뭐?) 그리고 왠지 재밌을 것 같아.⠀

사실 책이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상상이 갔다. 그건 처음부터 정해진 코스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약간 심드렁해지기도 했는데, ‘중요한 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라는 책 속 구절처럼 그런 결말이 나기까지의 여정에서 얻은 것이 없진 않았다.⠀

우리는 살면서 늘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게 중요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언제나 선택을 하고 때로는 후회를 한다. 선택한 길에 대한 감사와 희열 대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나 후회로만 점철된 삶을 살다가 끝맺는 삶이란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그런 선택을 한 자기 자신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선택하지 않아 미지로 남을 수 밖에 없던 삶을 경험하게 해주는 매개체다. 주인공 노라는 시간이 멈춘 ‘자정의 도서관’에서 엘름 부인이 건네주는 책을 통해 그녀가 가보지 못한 길을 수없이 걷는다. 그 길은 그녀가 겪은 실제 삶과 비슷하기도 하고 정반대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삶 안에서도 후회나 실망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더라는 것.⠀

수많은 선택 속에 각기 다른 미래를 가진 노라의 평행우주.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그때 그러지 말 걸…’ 하는 후회들을 되돌려 살아보지 못한 또 다른 노라의 삶 속으로 들어가지만 그 삶에도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은 존재한다. 오히려 감당할 수 없는 후회는 평행우주 속 또다른 노라의 삶에 더 크게 도사리고 있기도 하다. 지금의 삶에서 후회의 순간만을 지우는 건 오히려 그 (후회의) 시간을 통과해서 오는 짜릿한 반전을 놓쳐버리는 일이 될지도.⠀

결국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이 가진 잠재력을 믿고 현 삶의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죽고싶다는 생각만 가득하던 노라가 ‘나는 살아있다’라고 외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녹록치 않지만 오롯이 노라 스스로 채득한 인생의 진리이기에. 그리고 그 과정을 같이 지켜본 독자인 나 역시 겪지 않은 삶을 상상해보며 현 삶에서의 잠재력에 대해 생각해본다.

ps. 사실 읽는 재미가 듬뿍 넘치는 책은 아니다. 좀 도덕책 같은 소리를 장황하게 하는 느낌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교훈을 주려고 하는 일드 같기도 하기 때문에 ㅋㅋㅋ 취향이 아니면 짜증날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