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빵 2
한수영 지음 / 현대문화센터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2004년에 방영한 일요 아침드라마 [단팥빵]은 '휴일 아침 9시에 시작'이라는 시간대 덕분에 시청률은 저녁시간대 드라마에 비해 다소 낮았지만, 피끓는 군인들에게는 대단히 인기작이어서 당시 군복무를 했던 아는 동생의 말에 의하면, 그쪽 내무반에서는 일요일 아침이 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단팥빵]을 시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선임,후임 할 것 없이 '강희 누나 너무 귀여워. 예뻐. 최고!'를 연발했다나, 뭐라나...; 그러면서 당시 드라마 [단팥빵]에 나오는 숫자송을 외워서 툭하면 '1, 일초라도 안 보이면 2, 이렇게 초조한데 3, 삼초는 어떻게 기다려~ 이야이야이야이야♬' 이러고 다녔댄다. 푸하하, 귀여워라.

그렇게 뭇 사병들의 가슴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던 [단팥빵]은 비단 군인들에게만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비록 본방으로는 한번도 시청한 적 없으나(당연하지 않은가; 난 아침잠이 많다고!) 케이블 재방송은 꼭꼭 챙겨봤던 나. 군인들이 '한가란(최강희)'에게 열광할 때 난 '단팥빵 안남준(박광현)'에게 열광하며 '꺅- 단팥빵 너무 좋아~'를 외쳐댔다. 그래서 심지어는 제과점에 가면 괜히 단팥빵 하나 더 사오기도 했었다.;;;; (원래 팥 들어가는 음식은 거의 다 좋아함!)

그런 내가 원작 소설을 이제야 읽는 건, 지나치게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뭐 어쩌겠나. 나는 뒷북치기의 달인인 것을. 예전에 읽다가 만 소설을 다시 집어들어 읽었다. 총 2권 분량의 소설 [단팥빵]은 그 이름 만큼이나 친근하고, 아기자기하며 발랄하다. 다들 한번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유난히 잘 싸우는 이성 친구가 있어 다른 애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꼭 그애하고만 엮이면 툭닥거리며 싸움질 하고 선생님한테 혼났던 경험. 꽤 파란만장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내게는 그게 꼭 내 얘기 같아서 '한가란 vs 안남준'에게 더 감정 몰입하며 읽었다.

성격이 급하고 장난끼가 많아 항상 주위가 산만한 '가란이'와 공부 잘하고 차분한데다 선생님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는 '남준이'는 어쩌면 처음부터 견원지간일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가란의 절친한 친구인 '김선희'가 남준이를 좋아하는데다 남준인 '혜잔이'를 좋아하니, 선희의 친구인 가란이로서는 선희맘 몰라주는 남준이가 예뻐보일리 없는 거지. 남준이도 일찌감치 혜잔이같이 공주틱한 아이에게 빠졌으니 김선희는 커녕 왈가닥 가란이는 눈에 들어올리 없을테고.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을 으르렁대며 싸움질을 했던 두 사람이 서른을 목전에 두고 다시 재회했을 때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하필 그 스파크가 '사랑의 스파크'였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데..♡ ..악연도 인연이라고, 두 사람이 그렇게나 진저리 치던 인연이 사실은 운명적 사랑을 위한 안배이기라도 했는지, 예고없이 시작된 로맨스는 '툭닥툭닥 싸움질'에서 '토닥토닥 연애질'로 변모, 급기야는 보는 사람 눈꼴 시는 상황까지 유발했다. 우와씨, 부러워.

아무래도 영상으로 실사화된 드라마를 먼저 보고 나서 원작을 읽은 탓에 이미 인물 이미지가 정형화 된 감이 없지 않아 있으나, 책은 또 책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에피소드가 즐겁기도 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가을 운동회에서 남준이가 가란이 업고 뛰는 장면은 그야말로 염장씬이지만 반대로 가장 부럽고 즐거운 장면이기도 했다.

소설을 읽고나니 드라마가 각색이며 편집을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소설쪽 보다 드라마가 더 내 취향에 가까운 편이다. 아무래도 처음 접한 쪽이 더 정이 가는 법인데다 드라마 구성 자체가 소설의 매력을 120% 이상 발휘하도록 만들어져서 더 그렇지 싶다. 게다가 OST도 굿! 그렇다고 소설이 안 좋았다는 게 아니고... 앞서 말한 것 처럼 소설은 소설 나름대로 특유의 풋풋함, 발랄함, 추억어린 에피소드와 웃음 넘치는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원작이라 읽는 내내 기분 좋은 설레임이 가득. 유치하던 초딩(물론 나는 국딩 세대지만;)때의 기억이 소록소록 피어나기도 하고, 설레던 연애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결국 결론은 [단팥빵] 좋다는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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