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말
아소우 미코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바래지 않은 풋풋한 수채화 한 폭을 들여다 본 느낌이다. 그저 눈으로 본 것만으로도 무언가 정화되는 기분이 들어 쉽사리 책을 놓치 못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번에는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에 담고, 그림을 새긴다. 청춘물은 어떤 내용이든 상관없이 그저 그 시기를 담아내었다는 것 만으로 어딘가 모르게 에너지가 넘치고 빛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련해지고 먹먹해져서 그만 눈물이 고여버리고 만다. 키득키득 웃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눈 언저리가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난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

사실 학교 다니면서 짝사랑 비스무리한 것 한번 안 해본 여고생이 어디있을까? 하다 못해 매일 버스에서 마주치는 남학생이 어느날 딱 하루만 안 보여도 궁금해지는 게 사람 마음인데. [한마디 말]은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만화다. '좋아해' 한마디를 못해서 그 사람의 뒷모습만 쫓다가 결국 졸업식에서 장미 한송이만 가슴팍에 안겨준 채, 휙 돌아서서 뛰어가던 그 때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만화. 유치하고, 서투르고, 엉성하지만 다시 돌아간대도 쉽게 고백 못할 것 같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눈에 반해서 같은 서클에 입부해놓고도 선배가 졸업할 때까지 고백은 커녕 눈도 제대로 못마주치는 고토하, 상처받은 마음을 냉담한 태도에 감춘 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앓기만 하는 인어공주 같은 마나베, 좋아하는 이에게 솔직하지 못한 표현으로만 일관하는 리츠, 감히 그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그저 그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도 하루가 즐거운 쿠마자와의 이야기가 모두 내 얘기인양 가슴 졸여가며 그렇게 한장,한장 넘겼다. 그리고 그 반대 편에 있는 후지사키 선배와, 상처입은 인어공주를 치유하는 후카자와, 솔직함을 무기로 다가서는 카츠미, 본의 아니게 사랑의 메신저가 되어준 사코가 있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행복했다. 내 10대 때의 채워지지 않은 마음의 빈칸이 조금이나마 채워지는 것 같아 설레이기도 하고.

잔잔하지만 쉬이 잊혀질 이야기들이 아니다. '짧은 이야기, 긴 여운'은 결코 과장이 아님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작가의 최근 완결작, [Go! 히로미 Go!]에서 유쾌발랄한 그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면, 이 만화도 한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조용히 미소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덤으로 아소우 미코토 특유의 인물 개그와 담백함도 맘껏 느끼시고. ...아, 정말 사랑스러운 만화다. 별 점수가 아니라 하트를 날려주고 싶을 정도로. 절대로 돈 아깝지 않은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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