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중.들어가는 글부터 마음에 드네.
11p. 책은 여느 물건과 달라서 한 사람이 완전히 소유 할 수 없으며, 누군가 책을 일부 소유했다면 바로 그 소유한 사람을 통해서 다시 바깥세상으로 흘러나오게되어 있다. 눈빛으로든 몸짓으로든 말과 글로든. 나를 관통한 생각들이 다시 세상과 만나게 되는 것. 나는그 점이 이 세상 모든 것을 통틀어 유일하게 책만이 가진 고유한 성질이라고 생각한다.
27p. 나의 경우 당시에 잘 읽은 책일수록 시간이 지난 뒤에는 애써 다시 펼쳐 보지 않으려 하는데, 시간의 흐름이 가져오는 어쩔 수 없는 차이를 받아들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때는 좋았고 지금은 별로가 되어버리는 게 싫다. 분명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텐데 괜히 그게 겁이 난다.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책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릴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