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2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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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죽은 사람의 눈동자에서 죽기 직전에 본 것을 알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것은 사진기와 눈동자의 구조가 같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뇌를 읽어내다니! 진짜 놀라운 상상력이다. 앞으로 그런 기계가 나올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안 나왔으면 싶다. 물론 우리 나라의 화성 연쇄 살인 사건 같은 걸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상상만으로도 좀 섬뜩해서 싫다.

시미즈 레이코는 <월광천녀>에서 이미 복제인간의 문제를 다뤘다.만약의 사태를 위한 도너를 복제한다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섬뜩한 설정이다. 그런데 이번엔 뇌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읽어내다니 참으로 놀랍다.

비록 두 권이었지만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특히 대통령이 딸을 기억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고 믿는 건 과연 진실일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모습만 기억하기에 대통령의 기억 속의 딸과 실제의 딸의 모습은 다르다. 그렇다면...하나의 사과를 10명이서 보았다고 할 때 그 10명의 기억 속의 사과는 다 제각각일 터인데 그 사과는 진짜 어떤 모습일까...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생각할 수록 머리 속이 꼬인다.그래도 3권,4권...이 기다려진다. 어떤 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될지 상상할 수가 없기 때문에 더 애타게 기다려진다. 그런데 미완의 <월광천녀>는 언제나 끝이 날런지...좀 끝마쳐놓고 새로 시작하지...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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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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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인 <적의 화장법>에서 화장법이란 단순히 미용이라는 의미를 벗어나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의미의 보편적인 질서,즉 코스모스(cosmos)를 환기함과 동시에 다의적 차원에서 일종의 가면(masque),즉 위장을 암시하기도 한다고 책표지에 써있다. 이걸 알고 읽으면 이 책의 제목에 왜 화장법이란 말이 들어갔는지 이해가 금방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가면을 쓰고 산다.그 가면은 어쩔 수 없이 쓰는 경우도 대부분이다.그러나 이 가면을 너무 오랫동안 벗지 않으면 가면이 얼굴에 붙어 벗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 나중엔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본인 스스로 알 수 없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내 안에 숨어 있는 또다른 나... 그것이 자신에게 가장 큰 적이 될 경우가 허다하다. 주인공이 공항 대합실에서 만난 그 남자는 진절머리가 나도록 말을 시키고 집요하게 따라 다닌다.결국 죽음까지 몰아간 그 남자는 자신의 적이었다. 그리고 그 적은 내 안에 숨겨진 가면을 쓴 또다른 나였다. 이것을 보면서 데이비드 핀쳐 감독의 '파이트 클럽'이 문득 떠올랐다. 이성을 가진 채로는 평소에 절대로 행할 수 없었던 행동, 자신 속에 몰라 숨어서 사는 짐승과도 같은 본능...그것들은 또다른 나의 모습이다. 그대로 살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쓰게 되는지도...가끔 그것을 참을 수가 없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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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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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은 제목부터 무언가 환상적인 이미지를 머리 속에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첫 문장에서 그 환상이 산산히 깨어진다. '드디어 인간이 달에 착륙했습니다' 이 문장 하나로 우리의 모든 환상이 다 부서진다.

물론 어느 누구도 달에 토끼가 계수나무가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한밤중 문득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고 창백해서 왠지 요염한 달을 보고 있노라면 그 달엔 토끼나 계수나무 외에도 뭔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 달에 인간이 발을 대다니...마지막 남은 순수가 더렵혀진 느낌이다.

이 소설은 물론 달과 관계가 없다.달의 궁전은 주인공의 창문에서 보이는 중국 음식점의 이름일 뿐이다. 그러나 작가가 그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혹은 꿈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달은 중요하다.

물론 구성상에 무리가 보이긴 한다.주인공과 만났던 두 명의 남자와의 관계.일종의 신파다.그것이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결말 때문에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 오늘밤 달을 보며 인간이 발을 딛은 달에는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 그들이 다 숨어버렸기 때문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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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망가 대왕 4 - 완결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이은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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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컷 만화는 말 그대로 4컷에 기,승,전,결이 다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생각보다는 아주 어렵다.하지만 나름대로의 독특한 재미가 있는 것이 바로 4컷 만화다. 아즈망가 대왕은 그 4컷 만화의 진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6명의 학생과 2명의 선생님을 중심으로 고등학교 3년의 생활이 펼쳐진다. 그 등장인물의 성격이 진짜 독특하다.

10살 천재소녀 키요부터 무한상상의 소녀 토모까지 6명의 학생들의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강요가 아닌 자연의 웃음이 킥킥 나온다. 요즘 만화의 대부분이 장편이다. 처음엔 그럴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뒤로 갈수록 스토리가 처져서 읽기에 힘든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4컷이면서 4권으로 끝난 깔끔한 마무리... 지친 머리를 쉬게 해주는 청량제 같은 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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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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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엔 폴 오스터의 젊은 날의 글쓰기에 대한 고뇌가 그려져 있다. 미래에 대해 그렇게 불안해 하면서도 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오직 글쓰기에 매달린 점이 참으로 놀라웁다.
글쓰기엔 전념하고 싶어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눈물을 머금고 다른 직업을 찾을 수밖에 없는 예비 작가 혹은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생활의 문제와 글쓰기에 대한 이중고를 겪으며 치열하게 살고 있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자기와의 싸움인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최근 별다른 계기도 없이 자주 접하게 되는 폴 오스터.그가 자신의 젊은 날을 담담하게 그려냈다.가정문제,자신의 학창시절 그리고 글을 쓰던 일, 실패했던 연극이나 극본까지...그걸 읽으면서 자신에게 무척 엄격했던 젊은 폴 오스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 그의 작품들에게 눈이 가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얼마간은 폴 오스터의 책을 머리맡에 두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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