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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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은 제목부터 무언가 환상적인 이미지를 머리 속에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첫 문장에서 그 환상이 산산히 깨어진다. '드디어 인간이 달에 착륙했습니다' 이 문장 하나로 우리의 모든 환상이 다 부서진다.

물론 어느 누구도 달에 토끼가 계수나무가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한밤중 문득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고 창백해서 왠지 요염한 달을 보고 있노라면 그 달엔 토끼나 계수나무 외에도 뭔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 달에 인간이 발을 대다니...마지막 남은 순수가 더렵혀진 느낌이다.

이 소설은 물론 달과 관계가 없다.달의 궁전은 주인공의 창문에서 보이는 중국 음식점의 이름일 뿐이다. 그러나 작가가 그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혹은 꿈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달은 중요하다.

물론 구성상에 무리가 보이긴 한다.주인공과 만났던 두 명의 남자와의 관계.일종의 신파다.그것이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결말 때문에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 오늘밤 달을 보며 인간이 발을 딛은 달에는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 그들이 다 숨어버렸기 때문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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