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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의 여인 - 한일 역사기행
곽경 지음 / 어문학사 / 2015년 5월
평점 :
오사카의 여인
제 1징 프롤로그에서 柳宗悅(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과 예술』 속에 나오는 말들을 저자가 인용한 것을 읽으면서 오만가지 생각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야나기의 문화평론은 겉으로는 조선의 미를 찬미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일제의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조선총독부 지침을 답습하였다. 불순한 의도를 철저히 감춘 내용으로 절대 건전한 평론이 아니다. 식민지 조선인들의 마음을 교란하고 짓이기려는 고차원적인 심리전의 대표적 예정 가격 될 것이다.
조선의 예술이 ‘비애의 미’라고 강변하는 야나기가 남긴 해독은 오랫동안 한국의 정신문화를 지배해왔다. 즉, 한옥처마와 고려청자에서 곡선미를 언급하는 것은 언제나 야나기가 뿌려놓은 아편의 주술적인 몽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식민 역사학자들에서 흔히 보이는 공통점으로는 동경제국대학 출신으로 필력이 우수하면서도 날조와 왜곡에 도통한 ‘궤변의 달인’의 배출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조선총독부와 남만주철도주식회사(만철)에 부역한 식민사학자들이며, 현재는 한국 출신의 2세대 학자들이 그들을 계승하여 한국의 사학계를 지배하고 있다.
일제 때 조선에 대한 예술이나 문화의 평론에는 반드시 어떤 저의가 깔려 있다. 그들은 조선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조선인들에게 패배감과 무력감을 주입시키는데 높은 경지에 다다른 사람들이었다. 이런 내용으로 풀어가는 저자의 글을 읽는 내내 나는 분노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런 분할 데가 있나 중얼거리기를 수백 번, 그러다가 내 아이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야겠다. 우리 이웃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하나라도 더 알려야겠다 생각하다가, 정신을 차린다. 일단 서평을 마무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그대여. 부디 꼭 읽어보시라. 정말 모르고 지나가면 너무나 한심하고 바보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이 도둑놈, 사기꾼 같은 인간, 야나기에게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문화훈장>까지 수여했단다. 흐...이런 한심한 일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그것도 모르고 나는 한국의 미는 우아한 곡선에 있고, 한국식 집 처마에 있다고, 따라쟁이처럼 학습을 하고 있었다. 참 한심 그 자체였다. 우아한 곡선과 한국의 처마...란 말에 단단히 최면 당해 있었던 것이다. 어서 깨어나야 한다. 나를 포함한 모두들... 우리들은 양면의 얼굴을 가진 야나기를 모르고...우리나라 도자기를 사랑한, 한국의 미를 사랑한 일본인으로 잘못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치욕적이다.
“2차 대전 때 나치의 최고위 요인 중에 하나인 괴링은 프랑스 박물관 예술품을 강탈하여 자신의 집에 두고 감상했는데, 이것으로 괴링은 프랑스를 사랑한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깨어나야 한다. 저들의 이면을 들여야 볼 줄 알아야 한다.
우연히 여행 중에 알게 된 오사카의 여인과 둘러보았던 하기는 4중 방어시스템을 가진 섬이었다. 전쟁 중 백성들은 산으로 도피했다가 싸움이 끝난 후에 나타나서 이긴 쪽 사무라이들에게 세금을 바치면 끝나게 되는 그런 편리한 시스템이었다. 조선에서는 전쟁이 일어났다하면 왕과 백성이 일체가 되어 전쟁에 동참하는 일은 고구려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라, 미개한 일본에 그런 시스템이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런 반면 조선의 사회를 들여다보면 참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단다. 조선의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담장은 낮고 해자도 없다. 일본은 전쟁문화가 고스란히 배여 있는 도시 형태인 반면 조선은 고도의 이념인 인간과 천지의 조화라든가, 인륜의 질서와 규범이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을 가진 건축양식만 보아도 알 수 있단다. 조선의 성벽의 개념은 일본이나 중국, 유럽의 궁성과는 다른 개념을 가졌단다.
저자는 일본이 수백 개로 나누어진 번들을 2500년 전 춘추시대로 비유를 한다. 중국에 해자, 유럽에 해자들이 있었으나 조선에는 없다는 것은 조선사회 통치는 무력으로 통치를 한 것이 아니고 차원 높은 국가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세계사적 아주 독특한 방식이었다고 오사카의 여인, 이쓰코에게 설명하기도 하면서 일본 역사와 조선 역사를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저자는 이 책을 풀어간다.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평소 철천지원수로 알고 있었던 일본, 그 실체를 철저하게 파헤쳐주는 저자가 고마웠다. 백제멸망, 임진왜란, 정유재란, 메이지유신,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일본인들의 뿌리 깊은 증오가 무섭기까지 하다. 그들의 역사의식은 사무라이식 역사관을 가지고 있었다. 에도막부 260년간만이 일본 역사에서 찬란한 문화 창달을 했던 시기였고, 그 나머지는 사무라이 망령들이 조선이자 대한민국을 아주 뿌리 깊게 몇 천 년 증오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동안 나는 고작해야 일제 36년간 원수라고만 생각했는데, 아, 일본과 한국은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적인가? 역사를 왜곡해가면서까지 그들이 이루고자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멸망시키고 일본에 한국을 복속시키는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던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일본 역사에 대해 저처럼 까마득하신 분들, 조예가 깊은 분들 모두에게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