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있어 좋은 날
김성호 지음 / 천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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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의 비가

 

김성호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면

보내주어야 하는데

떠나보내지 못하고

팽목항 망부석 되어

미동치 않은 지 오래다

몸뚱이는 뭍에 걸려 있지만

혼은 바닷속을 헤맨다

정지된 시선은

기적의 손길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몸짓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잡히지 않는 풍경에

팽목항은 오늘도

이별가가 금지되어 있다.

 

 

  김성호 시인의 『꽃이 있어 좋은 날』 시집을 읽는다. 제 1부 여행자의 기도, 제 2부 시가 된 풍경, 제 3부 들꽃의 초대, 제 4부 가을날의 기도 ...로 구성되어 있는 시집을 찬찬히 읽어가면서 가슴이 따스해져오는 것을 느낀다. 여행을 하면서 부딪히는 삶의 여정을 진지하게 풀어내는 시인을 엿볼 수 있다.

 

  신히 허락한 선물 가운데/ 가장 소중한 하루를/ 길어올리는 저 해를 보라/

  갈 수 없는 곳에서 끌고 와/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을 밝히는/

  저 태양의 울림이 들리지 않는가/ 삼라만상이 경배의 몸짓을 하고/

  바람의 숨소리조차 향기롭다/ 멀로 먼 여행지까지/ 하루를 끌고 밤새 달려와/

  다시 없는 시간을 춤추게 한/ 신의 전령사 해의 노고에/ 감사 기도로 하루를 받는다./

 

- 「여행자의 기도」 전문

 

  에서 보듯이 그는 여행을 통해 아주 긍정적이고 따스한 눈빛을 가지고 있는 시인이다. 이처럼 제1부에서 제4부까지 읽는 내내 따스한 시각을 소유한, 보잘 것 없는 미물인 들꽃 한 송이에도 자연의 아름다운 이치를, 인생의 이치까지 바라다보는 관조적인 눈빛이다.  생명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시에 녹아 있어 읽는 이 가슴을 따스하게 한다.

 

  시집 제목 그대로 들꽃들이 많이 출현한다. 시인의 섬세한 마음의 배려가 있기 때문이리라. 시적 화자가 자연을 바라보는 지점마다 촉촉하게 시들이 윤기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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