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에게
박상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6월
평점 :

서평
존재 그 자체가 선물이라는 진심인 저자 박상률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에게』란 제목이 이상하게 마음을 끌어당겼다.
우리는 때때로 살다 보면 말로 위로받지 못할 때가 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도 부담스럽고, 조언은 더더욱 버겁기만 할 때. 그럴 때 <그냥 곁에 있어 주는 존재> 묵묵히 나를 바라봐 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될 때가 있다. 박상률 작가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에게』는 바로 그런 <말 없는 위로>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되새기게 하는 따뜻한 산문집이다.
박상률은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오랫동안 삶의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어 온 작가이다. 이번 책은 그가 살아오며 만난 사람들, 마주한 풍경들, 그 안에서 떠올린 존재의 의미를 곱씹으며 써 내려간 짧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글마다 한 편의 시처럼 짧고 간결하지만, 여운은 길고 묵직하다. 이 책은 <누군가를 위해 뭘 하지 않아도>,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도> 누군가의 삶을 지탱할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를 들려준다.
책은 특정한 이야기 중심 구조보다는 일상의 조각들을 모은 형태다. 박상률 작가는 길에서 마주친 이름 모를 사람, 문득 떠오른 가족과 친구, 혹은 오래된 책 속의 한 구절을 소재 삼아 존재의 의미를 되짚는다. 그들은 별다른 ‘성취’를 이루지 않았고, 세상의 기준으로는 이름조차 없는 존재일 수 있다. 그러나 박상률은 그들의 삶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당신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라고 말해준다. 세상이 무심히 지나쳐버린 이들의 얼굴을, 작가는 애틋하게 붙잡고 응시한다.



사투리로 편안하고 따뜻한 이야기시를 쓰던 백석, <<문장강화>>로 글쓰기를 이야기하던 이태준, 성자라고 불리는 권정생 선생을, 그 밖의 여러 문인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며, 깊이 있는 문장으로 우리에게 그들에 대해 말을 부려놓는 저자, 그 역시 그 반열에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시선은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과 함께 자문을 안긴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준 적이 있었는가?>, <지금 내 곁의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건네본 적 있는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조용히 앓고 있는 상처들에게 이 책은 <너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바로 그 다정한 인정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특히 책 제목이 상징하는 바가 명확하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말은 우리가 종종 잊고 지내는 사실이다. 쓸모를 강요당하는 세상, 끊임없이 무언가를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이 책은 존재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는 다정한 선언처럼 느껴진다. 이는 곧 누군가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도, 그저 곁에 있음으로써 상대에게 쉼이 되는 존재.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되어야 할 모습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저자의 문장은 수수하다. 꾸미지 않고 담백하게 내려앉는다. 그러나 그 안엔 삶의 파편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독자는 어느새 작가가 말하는 <존재들> 속에서 자기 자신을 보게 된다. 이 책은 거창한 사건이나 굉장한 깨달음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무심히 흘려보냈던 일상의 장면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게 한다.
마치 한 편의 수필을 보는 듯 잔잔하게 감동이 스며온다.
읽고 나면 마음이 조용히 정돈된다. 누군가의 곁에 가만히 앉아 있어주는 일,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일, 때로는 함께 울어주는 일의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지친 하루 끝에 따뜻한 차 한 잔처럼, 이 책은 당신을 다정히 안아줄 것이다.
바로 지금, 아무 말 없이 당신 곁을 지켜주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혹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