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어디인가 1
루이나이웨이 지음, 전수정 옮김 / 마음산책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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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루이나이웨이의 바둑 스타일을 좋아한다. 힘이 대단하다. 그 날쌘 조훈현이 펀치 한 방을 맞고는 그대로 쓰러지는 바둑도 보았다. 조훈현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그런 루이나이웨이였던만큼, 그리고 그녀가 바둑을 두기 위해 겪어왔던 고초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갔던 만큼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나를 제법 기쁘게 만들었다. 루이나이웨이의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구나, 바둑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바둑은 좀 묘한 위치에 있다. 남편이 바둑 두는 것을 좋아하는 마누라는 그 어디에도 없고, 바둑 티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 또한 없다. 요컨대 바둑은 남자의 전유물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마당에 바둑 책을 전문으로 발간하는 곳이 아닌 마음산책, 꽤 지명도를 갖고 있다는 마음산책에서 책이 발간된다는 사실은 상큼한 뉴스였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문제가 있었다. 루이나이웨이의 인생이나 장주주의 인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훌륭했다.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았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이 책이 주를 다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보자. '조훈현(9단-국내외 대회에서 많은 승리를 거둠으로써 일본에 뒤지던 한국 바둑의 위상을 높여주었다-편주)' 좀 우습기는 하지만 이것은 그런대로 무시하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다음을 보자. '패착(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 한 수-편주)', '사활(돌 모양의 죽음과 삶...)' 이것은 바둑 이전에 일상 용어가 아닌가? 여기에 이런 식으로 주를 다는 것은 마치 새로운 유형의 컬트 드라마를 보낸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나는 최초한 루이나이웨이에 어느 정도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야 이 책을 사 보리라 생각한다. 그 말은 기본적인 바둑의 룰을 이해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독자들에게 이러한 주들은 바보같은 느낌만 줄 뿐이다. 자기가 기획을 잘했다고 장황하게 자랑을 늘어놓은 편집자는 이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그리고 오자도 꽤 많은 편이다. 훌륭한 인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 편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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