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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치앙 살가두,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
세바스치앙 살가두.이자벨 프랑크 지음, 이세진 옮김 / 솔빛길 / 2014년 4월
평점 :
사진찍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사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우연찮게 책을 찾다 아게된 세바스치앙 살가두, 사실 나는 아직 그의 사진 작품을 본적이 있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라는 타이틀이 그를 나타내는 만큼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었다.
" 나의 사진은 투쟁도 아니요, 서원도 아니다. 사진은 내 인생이다."p.223
맨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문장 한마디가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인생을 말하는 건 아닐까?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나는 한 사람의 인생을 봤고, 한 사람의 삶의 철학을 봤다. 무언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확실히 깨닫고 그 방향으로 나아 가는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지구라는 이 공간 속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그리고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것의 존재 자체에 대한 심오한 탐구를 하는 사람이라고 해야하나? 막연히 누군가의 삶의 흔적을 따라간다는 것은 지겨울 수 있고, 무의미 할수도 있다. 하지만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삶은 우리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자연의 위대함을,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위대함을 말이다.
세바스치앙 살가두는 브라질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수천마리의 가축을 이끌고 이동해보기도 하고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자연 속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처음 법학을 공부하다 경제학을 공부했고, 결국은 사진으로 전향을 하고 말았다.
나이 스물에 자신보다 세살 어린 평생의 반려자 렐리아를 만났고, 그는 브라질이 산업화되어 가는 그 순간을 목격했고, 군사쿠데타도 목격했다. 좌파성향의 과격한 운동도 했었고 결국 그는 상파울로 대학 경제학과 석사를 마치고 대외적으로는 프랑스 국립통계경제 학과 유학생 신분으로 프랑스에 첫 발을 내딛는다. 프랑스의 민주적, 경제적 이념에 반했다고 나중에 그는 말한다. 결국 런던 국제커피기구에서 일을 하면서 그는 아프리카를 담당하게 되는데 어릴 때부터 아프리카에 가고 싶었다고 말한다. 르완다, 브룬디, 자이르, 케냐, 우간다로 출장을 다니며 써야할 보고서 보다 자신이 찍은 사진에서 더 큰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1973년 경제학을 그만두고 사진의 길을 들어서게 된다.
과감히 자신이 하고자하는, 자신이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는 세바스치앙 살가두를 보면서 사실 좀 많이 부러웠다. 어쩌면 자신 앞에 펼쳐진 순탄한 길을 두고서도 자신이 행복한 일을 찾아나서는 그 모습, 그 용기가 내게는 없어서였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는 르포르타주 촬영을 주로 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시켰었는데 미국의 로널드레이건 대통령의 총격사진도 찍었다. 그는 충분히 상업적으로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사진들을 찍을 수 있음에도 르포르타주를 선호했다. 자신의 아이 로드리구의 다운증후군 이후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그는 공익성을 지닌 사진들을 좋아한 것 같다.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에 대해 그는 심오한 고찰을 책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자연 그대로 노출된체 살아가가고 있는 원시부족민들에 대한 접근과 그들의 생활 습관을 통해서 우리 도시민들의 이기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빈곤과 환경 문제. 세바스치앙 살가두가 많이 응시했고, 바라봤던 문제들이다. 이것은 분명 우리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문제들이고, 세바스치앙 살가두를 통해서, 그의 사진들을 통해서 우리는 또 우리가 피하고 싶던 그 문제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오롯이 인간만이 최고의 영장류이며, 인간만이 지구를 온전히 다 누려야한다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그는 이 지구상의 모든 것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결국 하나라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그는 인간이나 동물을 촬영할때와 마찬가지로 자연을 촬영할때도 자연을 마음 깊이 느끼고, 애정을 품고, 존중해야한다고 말하고있다. 그는 피사체 하나하나를 존중했다. 몇달이 걸려도 그 피사체를 이해하고 그들과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 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가 느끼고 말하는 세상을 사진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특히나, 그가 애정을 느꼈던 흑백사진들, 자연을 흑백으로 찍어내는 것이 자신에게는 자연의 개성을 드러내고 자연의 존엄성을 부각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였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를 보며 그의 흑백사진 한장 한장들이 얼마나 큰 정성을 들였을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한 사람의 삶을 통해서, 사진기 렌즈 넘어로 또 다른 삶을 목격했다. 우리는 지금 잊지 않아야할 것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에 대해서, 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에 대해서 경의를 표하고,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할것이다. 이 시대 최고의 다큐멘털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 그의 진면목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말하고 싶다.
"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었을 뿐인데도 마치 우리 모두가 한데 연결되 어 거대한 연극 무대를 구성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다 함께 한 편의 작품을 연기하는 것 같았다. 사진은 그런 거다. 한순간, 모든 요소가 이어진다. 인물, 바람, 나무, 배경, 빛이 어우러진다" p.73
"나는 이따금 삶을 만들어가는 곳과 죽음을 준비하는 곳이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p.99
"대부분 무고한 사람들, 그런 불행을 당할 만한 이유가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모두가 그런 일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건 내 시각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내 사진을 보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나의 목표는 어떤 교훈을 주는 것도 아니요, 연민을 자극해서 양심을 촉구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도덕적 윤리적 의무를 느꼈기 때문에 그 이미지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p.140
" '제네시스'는 종의 다양성을 가능케 했던 태초의 조화로움을 가리킬 뿐이다. 우리 모두가 속해 있는 그 경이로움을." p.157~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