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감 - 지친 나를 일으키는 행복에너지
이주은.이준 지음 / 예경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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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선생님의 신작이라서 읽고 싶었다. 그녀의 에세이는 어렵지 않고, 그림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니깐, 미감이라, 셰프와 함께 작업한 책이라고 해서 어떤 책일까 많이 궁금했다.


음식을 그린 그림들을 소개해줄 거라는 건 당연한 예상이었고, 아니 사실은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림, 영화, 소설 다방면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조금은 놀랬다. 이주은 선생님이야 워낙에 여러분야에 박식한 건 알았지만, 이렇게 여러 곳에서 음식을 나타내는 표현들을 모아서 소개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랄까? 사실 이 책 속에서는 어디까지가 인용이 된 것인지, 어디까지가 이주은 선생님의 말인지 그 경계가 모호했다. 그래서일까 뭔가 뜬구름을 잡는 느낌이랄까? 아니, 그런 모호함이 그림이 전하고자 하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음식은 생존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에술적 경험이기도 하고, 인간관계의 끈이기도 하다. 그림과 요리를 보는 동안 시들어가는 자신을 회복하고 몸과 마음을 행복에너지로 충전하여, 이제는 '아무거나'가 아닌, 맛과 멋을 즐거이 선택하는 감각 있는 당신으로 살길……" p.7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ME 나를 보살피기, YOU 너를 움직이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에는 음식 재료가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갈라를 주제로, <양갈비를 어깨에 걸치고 있는 갈라>를 그려내기도 했고, 초현실주의자로서의 달리는 은밀하게 숨겨뒀던 어린시절의 성적 환상들을 끄집어내 예술적 모티프로 삼았다고 한다. 아이의 상상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예술혼을 해방하고 자유를 쟁취하고자 했다고 한다. 문득 문득, 우리도 어린 시절 성장하지 못했던 자아가 내면의 어딘가에서 솟구쳐 나올려고 할때가 있지 않나?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자아를 어떻게 표출할수는 없지만 말이다. 사실 달리의 그림을 이책을 통해 처음봤고, 조금은 낯설고, 뭔가 내가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달리가 어린 시절 그에겐 출입금지의 곳이었던 부엌에서 하녀들 몰래 생고기를 훔쳐달아나고 했다고 그때의 그 생고기에 대한 기억들을 자신의 작품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하면 조금은 뭔가 이해할 수 있는 느낌이다.


이주은은 그림을 소개하고 있고, 그 그림의 작가를 이야기하면서 많은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오롯이 그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클로드 모네의 그림을 좋아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모네는 첫 아내 카미유가 죽은후 마음 둘곳이 없어서 이곳저곳을 떠돌며 심란한 마음을 스케치로 그려냈다고 한다. 그가 정원이 있는 집을 마련하고 안정된 삶을 꿈꾸게 된건 알리스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면서 부터였는데, 모네에게 정원은 몸이 병들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보호와 치유를 받는 곳이엇으며, 나락에 빠진 영원이 구원되는 곳이었다고 한다. 뭐랄까 모네가 그려내는 그림들을 보면서 느껴던 그 안정감의 이류를 알게 됐다고 할까?


빈센트 반고흐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가 그려냈던 많은 그림들이 있지만 이책에서는 감자에 주목한다. <감자가 있는 정물화>, <감자먹는사람들> .


고흐는 <감자 먹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이 드디어 눈앞에 비치는 피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의 숙명을 다루게 되었다고 자부했다. " 나는 저들이 등불 아래서 먹고 있는 감자가, 저들의 손수 흙에서 파낸 것임을 강조하려 했다. 이 그림은 고된 노동에 관한 것이며, 정직한 수단으로 양식을 구하는 인간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p. 91


감자는 풍요라기보단 힘겨운 결실을 뜻한다고 한다. 거칠고 혹독한 삶을 암시하는 구휼음식이라고, 음식에 담긴 의미를, 특히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한번도 그림을 보면서 등장하는 음식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뭔가 새로운 관점에서 그림을 보게 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문득 문득 그림을 속에서, 영화 속에서,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것들을 마주하면서 그것들이 생경하지 않은 나를 발견한다. 그림 속에서, 영화 속에서, 소설 속에서 내 삶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들을, 인간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작품으로 만들어 내서 그런 걸까?


부엌에서 모든 식재료가, 하찮은 재료이건 구하기 어려운 귀한 재료이건 한데 섞이고 어우러져야 맛이 난다. 사람들도 젖은 곳의 사람이건 마른 곳의 사람이건 믿음을 바탕으로 서로 묻히고 물들이며 지내자는 제안이 아닐까? p. 200


맛있는 음식으로 자연스러운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단절되어 있던 개인들이 이어지는가 하면, 서로를 옥죄던 위압적인 가치에 대해 재고할 기회를 가진 것이다. 요리가 인간관계를, 그리고 세상을 바꾼 셈이다. p. 231


미술사학자 이주은과 셰프 이준이 만들어 낸 그림에 대한 해석과 요리는 뭐랄까 오묘하게 잘 어울리는 샐러드 같은 느낌이랄까? 이주은이 샐러드의 각종 재료라면 이준은 적절하게 잘 어울리는 드레싱같은 느낌? 그림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들이 흥미로웠고, 어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주은의 다양한 지식에 또 한번 놀래고, 이준의 맛있어 보이는 음식에 감탄을 한다. 이준의 음식의 레시피도 살짝 실려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그림 구경(?!) 을 제대로 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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