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맛
김사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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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맛은 어떨까? 내가 아는 설탕의 맛은 달달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김사과. 아직 김사과의 소설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단지 아는 누군가가 자기는 김사과를 좋아한다고, 읽어보라고 했던 기억 뿐. 김사과의 소설 <미나>를 추천받은지가 언젠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언가에 쫓기듯 책을 읽고, 무언가 다 읽지도 않은 책을 두고, 또 사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그 많은 책들 중에 김사과의 책은 어떻게 한권 사지 않았던 걸까; 김사과. 그 이름으로 나온 첫 여행에세이라는 말에 관심이 갔다. 여행에세이작가가 아니라, 소설가라서 그래서 더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김사과의 소설책을 읽지 않았으니 내가 김사과에 대한 사전적인 지식은 전무했다. 하지만, 여행에세이니깐, 쉽게 읽을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떤 부분은 솔직히 쉽게 읽혀내려갔다. 그렇지만 어떤 부분은 나로 하여금 뜬구름을 걷는 기분을 들게 했다.

 

확실히 정해진 곳, 직접 가보진 않았지만 정확한 지명과 살아숨쉬는 인물의 이름이 등장함에도 나는 왜 몽환적이 느낌을, 내가 읽고 있는 이것이 대체 뭘까?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할수 밖에 없었던 걸까?

 

나는 당분간 여행계획이 없다. 하지만 갈수록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고, 그건 정확히 2010년대의 한국, 아니 지구 위 현대인들의 기본적인 정서상태다. 그것은 머리가 멍해지는 설탕의 맛이다. 이 책은 그 맛에 대한 이야기다. p.13

 

글을 쓰는 김사과가 내가 어디있는지 모른다는 그 말 만큼이나, 나 역시 책을 읽고 있는 이 순간 내가 어디있는지를 모르겠다. 똑같이 전세계적으로 유통되는 물건들을 소비하고, 똑같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느낌; 그 느낌은 나만 받는 걸까? 뉴욕을, 프라하를, 포르투를, 베를린을,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면서 그 속에 녹아들어가는 김사과의 삶을 보면서 나는 김사과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더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보통의 여행에세이는 어디어디를 여행했고, 나는 거기서 어떤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전부라면, 김사과의 에세이는 단지 어느 국가의, 어느 도시가 달라졌음에도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처음부터 가짜여행, 리얼리티 여행에 대한 김사과의 언급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자유분방함, 몇 개월의 체류였지만 김사과의 글로 나는 그 나라 사람들의 일부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김사과의 친구들을 이해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들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우리는 어쨌거나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구나를 또한번 절실히 깨달았다.

 

김사과의 글은 언제까지나 나를 꿈 속을 헤메게 만들 것 같다. 전혀 이건 몽환적인 이야기가 아닌 정확히 김사과 현실에서 겪었던 일들을 나열하고 있음에도.  나는 왜 그런걸까?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위해서 나는 얼마를 더 생각해야할까? 아니면 그냥 어렴풋이 여행이라는 것이 특별하진 않다고, 어쩌면 우리 세계가 전부 가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야할까?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책이었다. 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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