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재판 -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2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어떠한 내용의 책이지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파계재판이라는 제목하에.

분명히 제목상으로 봐도 재판과정을 담고 있지 않을까 추측은 했었다. 1960년 6월 도쿄지방법원에서 펼쳐진 재판. 2건의 살인과 사체유기에 대한 재판.

 

뭐랄까? 재판에 대한 편견이라면, 뭔가 묵직하고, 시중일관 지루한 채로 펼쳐지지 않을까? 이런 마음 아닌가? 요즘 드라마에서도 재판 과정을 다루는 것도 많이 나오고, 책 속에서도 재판을 다루는 것들이 많이 보이긴 하지만, 소설, 그것도 추리 소설에서 온전히 재판과정만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것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뭔가 추리 소설 그러면, 능동적일 것 같고, 뭔가 밀실적인 분위기가 나고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그런 기대감이 있으니 말이다. 본격 재판 소설! 오로지 재판만을 다루고 있는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나'라는 인물의 입장에서 써내려 간 재판의 관찰기. 그 관찰기는 우리로 하여금 어떤 추측과 앞으로 어떤 선고가 내려질까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갖게 했다. 10년이상을 도요신문 법정기자로 도쿄 지방법원을 출입한 '나' 앞에 펼쳐진 파계 재판. 우리도 그 속으로 한번 들어가보자.

 

우선 재판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알만한 배우가 유부녀와 얽혀 남편을 살해후 유기하고, 그 유부녀 마져 살해하고 유기했다는 것이다.

 

피의자 무라타 가즈히코는 한때 신극배우로 활동한 사람으로 올해 쉰살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를 변호하고 있는 이는 햐큐타니 센이치로로 올해 서른 살밖에 먹지 않았다고 한다. 피의자가 첫번째 살해한 유부녀의 남편은 도조 겐지이며, 두번째로 살해하고 유기했다고 하는 유부녀는 도조 야스코이다.

 

우선 미리 밝혀 둘 것은 원래 형사변호사는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운데, 여기에 등장하는 변호사 햐큐타니 센이치로는 부인 아키코의 도움으로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 온전히 사건에만 매달릴 수 있었다고 한다.

 

모든 소설이 그렇듯, 분명 반전이 있을거라 믿었다. 여기서 정말 피의자가 무라타 가즈히코였다면, 분명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테니 말이다. 긴 이야기는 내내 가즈히코가 어떤 나쁜 사람이었는지, 가즈히코는 어떤 인간인지에 대해서 진술하는 것이 거진 대부분이었다. 물론 중간 중간 야스코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지만 말이다. 읽는 내내 과연 가즈히코는 정말 나쁜인간일까? 가즈히코는 왜 그렇게 밖에 할수 없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가졌었다. 나중에 밝혀지는 가즈히코의 신분적 제약 덕분에 그런 행동들이 이해가 가긴 하지만, 이 소설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너무 사랑해서 벌어진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사랑을 약점으로 잡고 농락하고 만 그녀.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했다고 말하는 가즈히코. 솔직히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뒤로 갈수록 그런 가즈히코가 불쌍해보였다. 그리고, 만약 센이치로 변호사가 없었더라면, 가즈히코는 피의자로 형을 살아야만 했을까? 이런 생각까지. 진짜 범인은 태연히 나는 아니라고 있는데,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범인이었음을, 센이치로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그 증거를 찾았다. 검찰에서도 찾지 못한 증거를 찾아낸 변호사의 집념이 한 사람의 삶을 구원한게 아닐까?

 

법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결코 쓰지 못했을 소설, 법정내에서 검사와 변호사의 끊임 없는 대결, 그 속에서 변호사가 증거를 들이대니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검사. 아직도 법이 살아있는 이유가 아닐까? 진짜 범인은 어떻게 든 잡히고 만다는 거. 야스코와 가즈히코가 둘다 신극 배우였다는 것도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축이었던 것 같다. 아무렇지 않은 척 거짓 연기를 펼치는 야스코. 정말 감탄 할 뿐이다.

 

오로지 재판과정만을 담은 소설이라고 해서 기대를 잔뜩했던 것이 사실이다. 소설은 개개인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에 따로 평하지는 않겠지만, 검사와 변호사만의 논쟁으로 사실을 밝혀가는 과정을 소설로 만나본다는 것은 새로운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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