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단단하게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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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참 인상적이었다. 파란 띠지가 물결을 이루는 듯한 느낌, 제목과도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옌롄커는 언제나 내게 힘든 작가다. 아버지와 나, 사서에 이어 물처럼 단단하게 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읽히는 것이 없었고, 쉽게 끝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책장을 덮고 나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 바로 옌롄커의 책들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쉽게 읽었다고 한다. 나는 아니라는 것이다. 첫 작품 아버지와 나를 너무나도 힘들게 읽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이 책의 배경도 중국문화대혁명기이다. 두뇌가 명석했던  가오아이쥔은 자신의 딸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군대를 다녀오면 한 자리를 차지하게 해주겠다는 지부서기의 말에 따라 그의 박색한 딸 청구이즈와 결혼을 하게 된다. 어쩌면 거기서부터 가오아이쥔의 불행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총살 당하기 전의 남자의 말로 시작하는 이야기 뭘까?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이렇게 시작하는 걸까?  한 여인이 등장하고 있었기에, 바로 그 다음에 아내의 이름이 나왔기에 어쩌면 불륜의 상황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하면서 읽었던 것이 사실이다.

 

 분명히 이 책의 서문에는 중국에서 출판되자마자 '적색(혁명)과 황식(성)의 금기를 모두 어겼다'라며 지명 당했다고 나왔는데, 불륜과 혁명이 무슨 관계일까 참 많이도 궁금했다. 읽으면 읽을 수록 그들의 관계는 뭔가 모순적이면서 뭔가 얽혀있는 듯하면서도 아닌듯한 느낌이다. 아니, 사실은 아직도 이 둘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겠다. 그 둘의 불륜도 자기들 사회에 대한 반항으로 하나의 혁명으로 여겨달라는 걸까?

 

문화대혁명이 일어나기 1년전에 입대한 가오아이쥔, 그리고 군 복무를 마치고 집인 청강진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여인, 그녀가 바로 샤훙메이다. 유부남과 유부녀의 만남. 그 끝은 어디까지 일까?

 

고향으로 돌아온 가오아이쥔은 장인이 한 자리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하지만 결코 장인은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오아이쥔은 혁명을 위해 태어났고, 자신은 혁명을 일으켜야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청강진에서 혁명에 참여하자고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고, 결국 자신의 장인의 자리를 꿰차고 만다. 그 자리를 꿰차기 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고, 샤훙메이와의 거침없는 불륜도 펼쳐지고 있었다.

 

단지자식의 생산을 위해 아내 청구이즈와 맺었던 관계들, 그와 대비되는 샤훙메이와의 관계는 뒤로 갈수록 더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고, 그 둘은 혁명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하지만,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서 샤훙메이집까지 땅굴을 파는 게 정상일까? 그러다 샤훙메이의 남편을 죽이고 그 땅굴에 매장하는 건 정상일까? 아니, 어쩌면 이 소설에는 정상인이 한명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혁명이라는 것에 목을 매는 사람들, 서로 사랑이라고 말하곤 있지만, 남의 눈에는 결국 불륜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관계까지.

 

문화대혁명으로 인해서 사람이 어떻게 될수 있는지를, 개인이란 존재가 사라지고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부응하고자 할때 결국은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욕구와 욕망이 혁명과 뒤엉켜 얼마나 추악하게 변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말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소설을 완벽히 이해를 했는지. 중국문화대혁명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나와 작가 옌롄커는 전혀 다르다. 그가 작품에서 그려내고자 했던 의도를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가오아이쥔과 샤훙메이의 사랑을 아니 불륜도 혁명의 한 행위라고 생각해야 마땅한 걸까? 결국 그들의 불륜의 끝은 죽음이었다. 그래서 더 씁쓸한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사랑은 결국 함께 죽음에 이르게 되니, 그들의 사랑이 물처럼 단단했다고 봐야하는걸까?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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