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힘들었다. 그것도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말하고 싶다. 얇은 책.  거기다 배수아 선생님의 소설이라고 , 미리 예판으로 구입한 사람의 이야기도 들었기에 기대했었다. 아주 많이.

 

얇은 책이라서, 한두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겠지? 그래, 빨리 읽고 다른 책 읽어야지 했다. 아니 웬걸! 이건 간단히 넘어가는 책이 아니었다. 헷갈렸다. 누가 누구인지를 적어가며 읽어야할정도로.

 

스물아홉살의 김아야미, 그녀의 독일어 선생님 '여니', 약을 배달하는 '부하' , 독일인 소설가 '볼피', 오디오 극장장까지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들은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다. 나는 이제 그들의 정체성에까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나의 캐릭터가 아니라, 한 사람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고, 잘 따라가지 않으면 누가 누군인지 조차 헷갈리는 이 소설, 낯설어도 너무 낯설었다.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느낌, 거기서 확 내 손안에 글이 잡히지 않는 느낌, 나는 그 느낌이 싫었다.

 

전직 여배우이면서, 오디오 극장의 단 하나뿐인 직원, 김아야미.  그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 그 일들의 개연성은 없어보인다. 이야기에서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 끝은 어디인 걸까? 이야기는 끊임 없이  이어졌고, 약간의 변주와 변용이 반복되기도 했다. 같으면서 안 같은 이야기.  이것도 독특했다. 문득 이 소설이 나와는 맞지 않았지만 한 마디로 표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독특한 소설이다라는게 맞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 경혐해보지 못한 소설은 나로 하여금, 진실과 거짓 아니 소설 속에 진실이 어딨으면 거짓이 어디있겠냐만은,진실과 거짓 속에서 나를 끊임없이 헤엄치게 만들었다.  모호한 시선 속에서 다른 시선으로 동일한 사건을 바라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몽환 속에서 깨어나지 않고, 글을 헤매고 또 헤맨다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그랬다. 솔직히 고백하면, 첫 문장이 나로 하여금, 소설 속으로 이끄는 출입문이었다고, 여기서 파생되는 이야기는 내가 상상하고 있는 곳으로 흘러가겠지. 보통의 평범한 소설과 마찬가지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분명히 이야기의 끝은 있을거라는 확신을 갖고 시작했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얼마 가지 않았다.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고 있는 파편들, 그 파편들을 모으고 또 모으면 무언가 내가 확신할 수 있는, 내 눈에 보이는 걸 만들어내겠지, 기대했다.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지만 말이다.

 

결국 이러한 모든 것이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고, 내가 명확한 논리적 사고로 글에 접근 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그걸 인정하는 것은 힘들었다. 차라리 김사과의 해설을 먼저 읽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이책을 받아들이는 게 조금 더 쉽지 않았을까,  더 이상 소설의 끝과 시작을 찾아 헤매지 않고 나는 그 속을 유영했을지도 모를텐데

 

조금은 아니 아주 많이, 낯설은 소설이었지만 독특했다. 읽는 것도 힘들었고, 리뷰를 쓰는 건 더 힘들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더 소설을 읽는다며, 아니 배수아라는 작가를 다시 만난다면 이제는 아무 생각없이 정말로 단지 그 속에서 그녀가 이끄는대로 따라가고만 싶다. 무슨 이야기라는 의문 조차도 가지지 않은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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