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와 검녀 - 조선의 다섯 여인이 남긴 다섯 빛깔의 삶 샘깊은 오늘고전 14
고영 글, 성민화 그림, 송지양 외 원작 / 알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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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에 대해서는 다들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여형사, 하지원 출연의 드라마 <다모>를 기억하는 이들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알마에서 나온 샘깊은 오늘의 고전 14. 다모와 검녀에는 다섯 이야기가 수록 되어있는데, 개인적으로 샘깊은 오늘의 고전 시리즈를 참 좋아한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다 읽을 정도로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일러스트를 포함해 해설이 따로 수록되어있어, 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거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내가 읽은 이 글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또 어떤 측면에서 어떻게 볼 수 있다는 전문가의 해설은 항상 느끼지만, 책을 읽고 난 후 제대로 정리를 할수 있는 느낌이 든다.

 

 

우선 첫번째이야기는 <다모> 한성부의 다모 김조이가 등장한다. 흔히들 다모가 전문형사라는 착각을 할지도 모르는데, 원래 다모는 관노비로 그 가운데에서도 다과상이나 술상을 차리는 일은 맡은 사람이었다. 물론, 한성부의 관노와 심부름꾼들은 상관의 지휘 아래 범죄 수사에 동원되기도 했고, 그렇기에 김조이가 순조 임금때인 1832년 임진년에 내려진 금주령과 관련해 그들을 잡아들일 수 있었다.

 

금주령은 흉년이 들거나 나라에 난리가 있을때만 잠깐 내려졌다 풀리는 금령인데, 그만큼 몰래 술을 빚는 이들도 많았다. 하루는 남촌으로 금주령을 단속하러 갔는데 그 집 주인 할미를 만나게 되는데, 나이 많은 주인 어른이 있는데 고질병이 있어 술 없이는 음식을 넘기길 못 한다고 그래서 밀주를 빚을 수 밖에 없었다고 자신의 처지를 말하는데, 다모 김조이는 그 모습을 보고 그 할미를 잡아 갈수 없었고, 되려 자신이 콩죽을 사다 나이 많은 주인 어른께 드리라 말한다. 그러면서 밀주를 빚은 걸 아는 이가 있나 하니, 시동생에게 한번 주었단다. 다모가 일을 마치고 군졸들과 한성부로 들어가려는데 경복궁 근처 십자가를 지나다 한 젊은이를 발견했다. 포상금을 받기 위해 아전들에게 고발하는 이들이었는데, 행색을 보니 그 할미의 시동생 같았고 김조이는 그이 뺨을 휘갈리게 된다. 물론 그 일로 곤장까지 맞게 되지만, 한성부 주부로 부터 의로운 행동을 했다며 돈을 받게된다. 또 그걸 김조이는 할미에게 드린다. 여기까지가 다모의 이야기다. 한 여성의 몸으로, 어쩌면 자신이 다칠지도 모르는 일을 타인을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김조이에게서는 단순히 법 집행관으로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모습,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뿐 아니라 시동생의 행동 속에서 물질적인 것에 의해 인륜을 저버리는 파렴치한 일을 할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목격하게 되고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번째 이야기 <검녀>는 전라도에 숨어 살던 선비 소응천에게 누가 찾아오게 된다. 남의 집 노비였다가 주인이 죽고 남장행세를 하다 세상을 떠돌던 여인이었는데 그녀는 주인집 아씨와 함께 태어나 자랐지만, 권세있는 집의 모략에 걸려 주인집은 몰락하게 되고, 열살 넘는 아씨와 남장을 하고 길을 떠나 검객을 만나 자유자재로 칼을 쓰는 법을 익히게 된다. 그러다 원수의 집에 가 검무를 추다 원수를 칼로 베어버린다.  아씨는 그뒤로 자결을 하게 되고, 혼자 남은 여인은 3년을 떠돌다 이름 높다는 선비 소응천을 찾아와 자신을 맞기기로 한것이 었다. 허나 3년을 같이 지낸 여인은 선비가 빼어난 선비가 아닌줄을 알고, 또 다시 남장을 한채 길을 떠난다.

 

여인의 몸으로 원수를 갚고, 자결을 한 아씨나, 남장을 하고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떠돌았던 여인, 그녀가 바로 검녀인 것이다. 조선의 여인이라고 집에서 조신히 바느질만 하고 있을 줄 착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자신의 적에게 단호히 맞서고, 자신의 의지를 말하고 행동 할수 있는 검녀, 참 멋있다

 

<억지 혼인을 물리친 길녀>는 이미 결혼을 한 길녀를 서방님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숙이 원산원님에게 시집을 보낼려고 했는데, 길녀가 지조를 지키기 위해서 혼인날 식칼을 휘둘러 혼인을 피한다는 내용이다.  해설에도 나오지만 실지로 고을의 수령을 위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여성의 정절로 지배층의 파렴치함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당당한 여성상을 또 한번 여기서 만날 수 있다.

 

<몰래한 재혼>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 몰래 여성이 재가를 한 내용이다. 예전에는 남편이 죽고 나면 정절을 지키기는 것을 당연히 강요받았고 아니면 자결을 해서라도 집안의 명예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팽배했었기에 여성들의 자유를 억압받았던 게 사실이다. 딸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딸 아이의 행복을 지켜주려 했던 아비의 마음에 더 감동했는지도 모른다. 조선시대고, 현대고 아비의 마음은 자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뿐인 듯 하다.

 

마지막 이야기 < 귀부인의 유언>은 임진왜란때 병사 모집으로 진주성 전투에서 죽은 임희진의 집안의 조상에 관한 이야기다. 한 선비가 서울로 과거를 보던 길에 장씨를 만나 반해, 과거 시험 후 혼인을 하게 되는데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수절을 지켜온 장씨부인이 죽으면서 재가를 할수도 있다고, 억지로 정절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말을 남긴다는게 주요 이야기다. 몰래한 재혼과 상통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때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여성을 압박했지만, 자신의 의견을 말 할 수 있고, 강요받는다고 해서 꼭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이야기는 말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성리학 중심 사상 속에서 억압받았던 여성들이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어떻게 삶을 살아갔는지를 이 책은 여실히 들려주고 있다. 우리 생각과는 사뭇달랐던 당당한 여인들의 모습 속에서 오늘 날 우리 여성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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