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칼의 노래라.... 처음 이 책을 내가 접하게 된 것은 모 방송국의 청소년퀴즈프로그램에서였다. 2001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이 소설의 부분을 발췌해서 읽어주며 책 제목을 맞추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저 책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최근에야 읽게 되었다.

 

사실 내가 김훈이란 작가를 처음 들어본 것도 칼의 노래였고, 얼마 전 남한산성이라는 신작 소설을 사면서 김훈의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한산성을 몇 페이지 넘기다 말고 새로 든 책이 바로 칼의 노래다. 칼의 노래라... 부제가 이순신-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인데, 처음 제목을 봤을 때부터 내가 아는 것이라곤 이순신장군은 거북선을 만들어 왜적을 크게 물리쳤다는 것 밖에 없기에, 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래서 맨 처음 든 생각이 이순신과 같은 무인에게 있어서 칼의 자신의 분신과도 같지 않을까 였다. 그리고나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칼의 의미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은 아직도 칼이라는 것에 대해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진 못하겠다. 딱 꼭 집어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함축적인 의미가 칼이라는 것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칼은 이순신 자신의 분신이기도 하고, 자신이 전장에서 겪었던 고통과 고뇌의 산물이고, 자신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고, 적에 대한 반감이기도 하고, 백성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고.....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임진왜란은 우리 역사상 엄청난 치욕으로 기억 될 것이다. 당쟁의 결과로 일본의 침략을 미리 대항하지 못한 것, 일본의 침략을 받고서도 당쟁을 하고 있었다는 점, 백성을 생각하기 보다는 위정자들은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했다는 것, 임진왜란은 고통의 역사이자, 치욕의 역사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렇게 담담하게 임진왜란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위정자들 속에서도 백성을 먼저 생각했던 이순신과 같은 사람들이 있었고, 나라를 지키겠다고 여기저기서 일어났던 의병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순신이란 인물 자체에 대해서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적도, 임진왜란이란 것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본 적 없다. 이 책은 분명 사실이 아닌,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허구임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서 정말 이순신이 전쟁터에서 느꼈을 사무치는  한과, 적에 대한 적대감, 아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백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명장 이순신으로 기억되기 보다는 인간적 고뇌와 고독에 시달리는 이순신의 면모가 더 부각 되는 작품임이 틀림없다.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나오는 이순신의 장군으로서 고뇌와, 아버지로서 아들을 지켜내지 못했던 그 모습에서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적과 싸워야 했고, 보이지 않는 내면의 적과 조정 대신들 간의 당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했던 이순신. 그러면서도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을 버릴 수 없었고, 자신을 믿고 따라 주는 수많은 군사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임금의 손에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죽는 것 보다는 전장에서 싸우다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이순신을 보면서 그가 느꼈을 자신의 죽음의 두려움보다 정신적 고뇌가 더 크게 다가왔다.


 

세상은 칼로써 막아낼 수 없고 칼로써 헤쳐 나갈 수 없는 곳이었다. 칼이 닿지 않고 한 자루의 칼과 더불어 나는 포위되어 있었고 세상의 덫에 걸려 있었지만, 이 세상의 칼로 이 세상의 보이지 않는 덫을 칠 수는 없었다 -p.115

 

이순신의 인간적 고뇌가 느껴지는 구절이다. 칼이라는 것이 유형의 물건이 아니라, 무형의 물건으로 그를 정신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칼이라는 것이, 임금이 될 수도 있고, 이순신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사지(死地) 선택하고, 죽어가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죽음 알리지 말라고 하는 이순신.  순고한 희생정신과 적과 싸워 이겨 나라를 지키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내면의 적과 끊임없이 싸우는 그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끝없는 고독과 인간적 고뇌 속에서 죽어간 이순신을 아마 우리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내게 이순신이란 역사적 인물의 재조명과 함께 인간적 고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김훈이라는 작가의 문체 역시 내게는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담담하면서 가슴 찡하게 와 닿는 그런 느낌.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절묘한 조화와 그가 서술하고 있는 인물에 대한 고찰과 섬세한 내면적 심리묘사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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