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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은 소설을 읽고 나면 가슴이 멍할때가 있다. 내가 그 소설 속 주인공이 된 마냥, 가슴이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할수 없는 그 무기력감. 혹시 느껴본적이 있는가?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 바로 그런 느낌을 가지게 해준 책이다. 여기 천개의 찬란한 태양 속에는 태어나면서 부터 하라미(사생아)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마리암과 의식적으로 깨어있던 부모 밑에서 자라난 라일라 두 아프가니스탄 여인이 등장한다.
아프가니스탄, 다들 뉴스에서 한두번은 들어봤기에 우리에게는 낯설지만은 않은 나라가 아프가니스탄일 것이다. 이슬람 국가이며, 일부 다처제가 허용되고, 여성이라면 온몸을 가리고 남자가 함께 없다면 돌아다니지도 못한다는 곳. 그 곳이 우리가 아는 아프가니스탄이다.
한 마디로 정의 할수 없는 두 여인의 기구한 삶을 따라 가다보면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현재 속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인들의 현실을 만나게 된다.
마리암은 어릴때부터 하라미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일주일에 한번 자신을 찾아온 아버지를 믿고 의지하게 된다. 결국 그 믿음에 배신을 당하고,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직접 보게 되는 슬픔을 맛보게 된다. 아버지의 본처들에 의해 14살 어린 나이에 마흔이 넘음 사내에게 시집을 가게 되지만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되자 그 결혼 생활 역시 평탄치 못하게 된다. 남성우월주의를 가진 남자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지배당하는 마리암, 그녀 앞에 전쟁때문에 부모를 잃고 자신의 몸까지 다치고만 옆집 소녀 라일라가 등장하게 된다. 라일라는 의식적으로 깨어있던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고 자신이 사랑하던 사나이 타리크가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그녀의 모든 것을 뒤바꿔 버리고 결국은 마리암과 한 남자를 공유하게 되는 사이가 되고 만다. 어떻게 두 여인의 운명이 이렇게 엮일 수 있는 것일까? 처음엔 서로를 싫어하다 결국은 서로를 아끼게 되고 마리암은 라일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받치게 된다.
파란 만장한 두 여인의 삶 속에서 우리는 전쟁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것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게 되는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 온 그녀들의 삶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비단 이 사실이 소설의 허구성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아프가니스탄 여인들의 삶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남자로 인해 살기 위해서 처절히 몸부림치는 마리암, 그녀에게 있어서 남자란 어떤 의미이며, 삶이라는 것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을까?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라일라 역시, 전쟁과 남자들에 의한 희생양에 불과하다. 이 두 아프가니스탄 여인의 삶은 남성과 거의 대등한 권리를 누리고 있는 우리들에게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 것일까? 여성이라서 더 공감할 수 있는 소설, 여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소설이 바로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 아닐까 싶다.
이 세상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삶을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 환경으로 인해서, 전쟁으로 인해서 이렇게 고통 받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두 여인의 삶은 커다란 충격 그 자체였으며, 또 한편으로 공감하며, 가슴아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아프가니스탄 어느 곳에서 이런 비인간적인 행위가 지속되고 있고, 그러한 삶을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