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실 비치에서
이언 매큐언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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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이란 감정은 대체 무엇일까? 아직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서툴다. 가족으로부터, 친구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까지 내가 무언가를 머리 속으로 계산한다거나 하고 싶은 것을 안하거나,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했었던 적은 없었던 것같다.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직 누군가를 사뭇치게 그리워하고, 그 사람을 생각만 하면 가슴이 두근 거리는 감정은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지만, 그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미묘한지, 얼마나 한 순간에 사람을 멍하게 만드는지 어렴풋이 알것같다. 영화 <어톤먼트>의 웢원작소설'속죄'의 이언 매큐언의 신작 소설 '체실비치에서'는 따뜻한 봄날 잔잔한 나의 가슴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사랑이라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 하나를 던져 놓은 것만 같다. 누군가를 사랑해보지 못한 사람도 사랑이란 감정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낄 수 있고, 누구나 소설 속 주인공이 될수 있는 책이 바로 이책이다.

 

성(性)이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이었던 1950년대에서 조금은 개방적으로 바뀌어가던 1960년 과도기적 시절, 성에 의식적으로 깨어 있는 남자와 깨어 있는 것같으면서도 내면에선 고정 관념을 지닌체, 자신을 숨겨왔던 여자의 만남과 이별, 그 속에서 우리는 그둘의 내면적 갈등, 그리고 겉으로 표출되는 행동의 절묘한 묘사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인내와 서로에 대한 믿음, 그리고 희생이 필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두 남녀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은 분명함에도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서 진실을 감추고, 상대를 끊임없이 배려하다 결국은 회복될수 없는 최악의 상태까지 가게 되고, 결국은 파경을 맞게 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끊임 없는 후회와 단 한번 자신의 삶에 있었던 진정한 사랑에 대한 아련함, 그리고 평생의 그리움이 우리 가슴을 요동치게 만든다. 소설이 이렇게 미묘하고 자세히 인간의 내면을 묘사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처음 접해봤지만, 정말이지 인간이라면 아니, 만약 내가 소설 속 주인공 플로렌스나 에드워드 였다면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을것이고, 행동했을 것이라는 끊임없는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는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체실비치에서..... 언젠가 모차르트 현악 5중주 D장조를 들으면서 체실비치를 거닐어 보고싶다. 따뜻한 봄날, 가슴 아련한 사랑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이언 매큐언의 <체실비체에서>를 한번 읽어보는건 어떨까? 분명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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