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탑

태양의 탑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8년 12월

'제15회 일본판타지노벨대상' 수상작, 모리미 도미히코의 데뷔작.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있는 태양의 탑. 이미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은 두권이 한국에 소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내가 읽은 것은 이번에 태양의 탑이 처음이다. 그래서 일까,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유쾌 발랄한 작가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여실히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은 눈에 띄인다. 자신의 헤어진 여자친구를 연구대상으로 생각하는 한 남자. 스토커 짓을 하면서도 자신은 결코 스토커가 아니라 말하는 교토대 농학부 5학년 우리의 주인공. 학교생활도 제대로 안하고, 단지 미즈오를 따라다니기만 하는 그! 어느날 그녀를 미행하다 그녀의 집앞에서 앞으로는 그녀를 미행하지 말라며 경고를 하는 엔도 아키라를 만나게 된다. 엔도 역시 미즈오를 스토킹하고 있었고, 둘은 서로를 위협(?)한다. 방에서 나올 수 없게 테이프를 붙이질 않나, 바퀴벌레 수백마리를 선물하지 않나 그 둘의 웃기지도 않는 복수는 나로 하여금 또다른 상상을 낳게 했다. 그 둘의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미즈오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문득 이들의 망상속을 헤매다 나역시 망상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나'는 끊임없는 망상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잠시도 쉬지 않고 망상에 또 다른 망상을 내뱉기 시작했고, 거기에서 대단한 언어 유희가 작용했다.(물론, 내가 전부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망상을 하는 그와 그의 독특하면서도 대단한 친구들, 시카마, 다카야부, 이도가 그려내는 그들만의 삶은 생동감 넘치고 활기찼다. 젊음을, 청춘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말해야할까? 이 네명의 망상대마왕(?)과 함께 있으면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몰아내겠다고 소동을 벌이질 않나, 끊임없이 여기저기서 터지는 사건들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특히나 이 책에 등장하는 것들이 실제로 모리미 도미히코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것도 있다는 것에 더 놀랄뿐이다. 또한 도쿄에 가면 실제로 있다는 태양의 탑 역시! 꼭 한번 가보고 싶다. 미즈오가 바라보던 그 탑! 언젠가 나도 똑같은 위치에서 한번 바라보며 모리미 도미히코를 떠올릴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서말했지만 처음으로 그녀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는데, 상당히 신선한 문체며 발랄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 말로는 데뷔작이라 이미 소개된 작품들보다 좀 미흡하다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내게는 꽤 괜찮은 작품으로 기억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