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먹는 여우

책 먹는 여우 - 좋은아이책 ㅣ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10월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수없이 많은 책들로 둘러쌓여서 정말 잠잘 자리도 없을 정도 엄청난 양의 책을 갖게 된다면 어떻할까? 아니 그 정도로 많은 책들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언제부터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어릴때 유일하게 집에 있는 책이 계몽사에서 나왔던 위인전 한세트와 백과사전 한 세트가 전부였던 것같다. 물론 그 위인전 세트가 다 헐어 책이 너덜너덜해질정도, 몇 페이지에 뭐가 있다고 외울정도로 책을 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책이라는 존재가 참으로 내게 크게 다가왔던 것같다. 시골 작은 초등학교 도서실에 책이 몇권이나 있었겠냐만은, 매일매일 그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책 속의 주인공이 될 또다른 나를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터 나의 유별날 책 사랑은 시작 되었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책을 읽어대고 있고, 뭔가 방안 한 가득한 책만 봐도 배가 부르고 행복감을 느낀다. 가끔은 내가 너무 심할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여기 책먹는 여우아저씨에 비하면 난 책을 좋아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불현듯 책을 읽으면서 정말 책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서 먹으면 맛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책을 아주 맛있게 지금도 먹고 있다. 내 안에서 책의 활자들을 읽어드림으로써 나만의  책으로 소화를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책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책을 훔치게 되고, 책에 침을 바르고 중간 중간 책을 찢어먹는 여우 아저씨. 읽는 내내 그 여우 아저씨의 행동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무슨 이유일까? 맛있는 책을 배불리 먹기 위해서 결국 자신이 이야기를 써서 책을 만들고 마는 책먹는 여우아저씨. 그 여우아저씨가 그렇게도 부러울 수가 없었다.

책을 좋하하는 마음부터 시작해서 맛있는 책을 마음껏 먹기위해서 책을 써내기 까지 하는 여우 아저씨의 삶은 어찌보면 모두 책에 의해 지배받았고 그 책들로 인해서 여우아저씨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매일 매일 조금이라도 읽는 책 때문에 삶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고 어쩌면 그 책들에 의해 지배받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에 의해 지배받는 삶이나 내가 지배하는 책이나 별반 차이는 없는 것같다. 둘다 책으로 인해서 삶이 즐거워지고 더 풍요로워지니 말이다.

언제 나도 정말 맛있는 책을 먹기위해서 글을 쓰는 여우아저씨처럼 내이름으로 된 책을 한권 낼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 행복한 상상 덕분에 나는 오늘도 책장을 넘길 수 있는지도 모른다. 끊임 없이 타인의 글을 읽고, 조금씩 글쓰기를 연습한다면 언젠가는 나도 여우아저씨가 너무나도 맛보고 싶어하는 나만의 맛깔나는 책을 써낼수 있지 않을까?

책먹는 여우아저씨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맞는 맛있는 책들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책읽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책먹는 여우아저씨를 만나게 되면 책이 읽고 싶어질것만 같다! 책먹는 여우아저씨~~ 책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요~ 체하시면 어쩌려구요! 차근차근 맛있게 꼭꼭 씹어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