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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의 연인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정미경. 역시나 나는 아직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작가였다. 아마 내게는 요즘 접하는 한국작가들의 작품들이 하나같이 생소할 뿐이다. 그만큼 한국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증거일뿐만 아니라, 나의 무지를 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정미경. 이상문학상이 주는 하나의 기대감에서 그녀의 소설을 읽기 시작한 것은 솔직히 사실이다. 하지만 정미경 그녀의 작품을 하나둘 접해가면서 총 7편의 단편 소설에서 그녀만의 색깔을 충분히 읽었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어떤 것을 글로 나타내려고 했는지, 그녀가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인간의 욕망의 끝이 과연 어디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에 근접할 수 있다고, 정미경만의 문체로 나타내는 인간의 욕망 속에서 내 안에 꿈틀거리는 또다른 욕망을 만날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녀의 소설에는 자산관리사, 대학 강사, 사회운동가, 조각가, 가정주부, 교사, 영화감독, 의사,유치원 계약교사, 공연 무대감독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계층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에게 삶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전달하려는 생각 혹은 그들만의 욕망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라는 것과 함께 인간 내면 저 깊숙이 묻혀있는 추악함과 선함 모두를 끄집어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애인을 고용인에게 소개시켜주는 자산관리사나 부라는 하나의 계층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아들을 바로 보는 어머니의 시선은 어찌보면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지나간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돈'이라는 것으로 인해서 생기는 인간사의 단편적인 모습을 심도있게 보여주고 있었다. 의붓어머니를 범하고 붉은 빛을 전혀 보지 못하는 무대감독은 너무나도 충격적이면서도 정말 인간 심연의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이상야릇함과 함께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붉은 빛을 못보게 된 무대감독의 죽음은 삶의 선택의 한 부분으로 또 다른 의미로 보였다.
귀에 매미소리가 들리는 이명현상을 겪으며 남편과 아이도 있는 장애를 가진 여성과의 만남, 아이에 대한 강한 집착, 죽음을 앞둔 남편에게 이별을 이야기하는 여성, 자신의 우상이 더 이상 우상으로써의 자격을 상실하자 만남 자체를 잊으려하는 영화감독까지 하나같이 어찌보면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어쩌면 또 우리 삶 저편에서 누군가가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 속에서 인간 본연의 도덕성, 혹은 인간 본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정미경의 소설은 이번에 처음 접해봤지만, 나중에도 정미경이라면 한번쯤 더 눈길이 갈것만 같다.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그 속에서 인간의 심리를 파고드는 그 절묘한 찰라의 모습은 아마 잊지 못할 것같다. 나 역시 그런 상황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동질감과 동시에 느껴지는 그 이질감은 한마디로 정의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다양한 인간상 속에서 살아숨쉬는 주인공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온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