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장난
전아리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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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천재, 전아리. 그녀의 첫 장편 소설 시계탑을 읽고 나서 바로 펼쳐든 책이 즐거운 장난이다. 이미 세계 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너무 많은 상을 받아서 어떤 상을 받았는지 기억도 못한다고 했던 전아리가 직접 고른 10편의 수상작들.

 

예전에 어느 소설에선가 작가로 설정된 주인공이 자기가 썼던 글의 모든 주인공들과 한자리에서 모이게 되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이책에 실린 단편의 주인공들과 다 같이 모여 앉게 된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하게 될까 생각해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잘생긴 주인공들을 등장시켜볼걸 그랬죠, 라는 등의 실없는 농담이나 하며 머리를 긁적이려나. 이제 막 세상에 얼굴을 내밀어보이게 된 등장인물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  - 작가의 말 中-

 

전아리의 10편의 단편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했을까 싶을정도. 어떻게 어린 나이에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낼수 있었을까? 글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 10편의 단편소설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소설을 읽고 난 후의 그 긴 여운은 뭐랄까 달콤한 사탕을 먹고 난후에 입안에 남아있는 그 단맛의 아쉬움과도 같았다.

 

전아리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잘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그녀의 독특한 시선으로  써내려가는 글들을 바라보면서 많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문장 하나 하나를 읽으면서 굉장히 평범치 않은 표현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책 뒤편에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책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강신무, 메리크리스마, 내 이름 말이야, 외발자전거, 박제, 작고 하얀 맨발, 깊고 달콤한 졸음을, 파꽃, 범람주의보, 팔월. 이렇게 10편의 소설을 쓰면서 전아리는 무엇을 추구하려고 했을까? 언뜻 보기에 아무것도 공통점이 없을 것같은 작품이지만, 뭔가 연결 되어있는 듯한 느낌이다. 조금은 우리사회에서 소외되고 주류에서 조금은 벗어난 듯한 주인공들의 시선이 나를 한 곳으로 이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당의 아들, 책과 보험 외판원, 다큐멘터리를 찍는 학부생, 난쟁이 광대, 몸을 파는 여성, 예비 승려, 박제사.. 그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생소한 직업을 갖고 있는 가 하면 너무나도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입에서 그들의 환경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고, 그들의 삶 자체에 동화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강신무에서 어머니를 무당으로 두고 전통 찻집을 운영하는 정인이 심정과 아들을 생각하는 어미의 마음. 그리고 무당이라는 하나의 직업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글, 전아리의 눈으로 바라본 무당이라는 직업과 모성애는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던 것같다. 뿐만아니라, 팔월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어머니 역시 그 무덤덤함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성애는 똑같은 모성애를 서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외에도 외판원, 몸파는 여성, 다큐멘터리를 찍는 학부생 등의 이야기 역시 색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 굉장히 무미건조한 문체인것 같으면서도 사람들의 심리를 그대로 찍어 내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인간 내면을 깊숙히 바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신 천재론의 중심에 서있는 전아리. 그녀는 이 두권의 책으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결코 평범한것같으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것은 그녀가 천재이기 때문이기 보다는 소설 속에 진실성이 묻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주인공이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을 제대로 처리하게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겨우 스물이 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연륜이 있는 소설가들과 맞먹을 정도의 필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앞으로도 왠지 전아리의 팬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다. 문학 천재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연륜을 지닌 소설가들에게 느낄 수 없는 젊음과 신선함이 글 속에 묻어나온다. 그러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고 자신의 색을 제대로 들어내고 있는 느낌이다. 10편의 이야기, 전아리만의 10가지색 문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계탑도 정말 읽어볼 만하지만, 이 10편의 단편 소설이 진정 전아리를 나타내고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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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9 1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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