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탑
전아리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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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의 천재 소녀라는 수식어가 붙은 전아리. 얼마 전 신문기사를 통해서 그녀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각종 청소년 문학상을 휩쓸었고, 너무 많은 상을 받아서 어떤 상을 받았는지도 기억조차 못한다고 했던, 그녀의 인터뷰가 기억이 나는건 뭘까? 아마 하나의 동경이 아닐까?

 

청소년을 다룬 소설들을 청소년의 눈으로 직접 쓰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전아리, 그녀는 초등학교때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했고, 중고교 시절 수많은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녀만의 눈으로 그려 내고 있는 이야기들은 조금은 주류에서 어긋난 비주류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나 역시 그녀가 보내왔던 학창시절을 비슷한 시기에 겪어왔고 또 현실성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계탑은 그녀의 첫 장편 소설이라 한다. 장편소설 시계탑과 단편소설을 모아둔 즐거운 장난 속에서 무엇을 먼저 읽을까 하다 얇은 시계탑을 먼저 들었다. 첫 문장부터 강렬하게 다가오더니,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도 뭔가 뒷이야기가 더 있을 것만 같고, 주인공 연이가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이는 것을 막을 수 없을 만큼 흡입력있는 소설이었고, 신선한 그녀만의 표현력은 나로써는 감탄사가 나올수 밖에 없었다. 연륜있는 소설가가 쓴 책인냥, 문장에서 나오는 깊이 호소력, 아마 앞으로 전아리의 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도 평범한 것같으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문체, 그래서 그녀를 천재 문학소녀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지만 결코 기죽지 않고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이라면 훔쳐서라도 갖고 마는 소녀, 최연. 그녀의 11살에서 부터 19살 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시계탑이다.

 

11살에서 부터 나이를 차츰 먹어가면서, 조금은 변해가는 주변 사항들과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라면 좌절하고 삶을 포기해버릴지도 모를 그런 청소년 시기를 연이는 아주 씩씩하고 강하게 헤쳐나간다.

 

뭐랄까 삶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랄까? 11살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19살 알만한 것은 다 아는 나이의 소녀로 자라기 까지 연이의 시선을 우리 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아니 어쩌면 조금은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처한 처지를 알고 그 처지를 비관한다거나 하지 않을 뿐더라, 현재 환경에 순응해 가는 연이의 모습 속에서 조금은 안타까움 느껴졌다. 연이의 친구 소영처럼, 누군가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갖고 싶은 것을 떼를 써서라도 갖는다면 어떨까? 물론, 연이는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은 훔쳐서라도 갖는다. 하지만 소영이 무언가를 갖는 것과 연이가 갖는 것은 사뭇다른 느낌이랄까? 어린 시절부터 연이를 주변을 맴돌면서 연이에게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는 병욱 역시, 이 소설이 더 감칠맛 나게 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연이를 둘러싸고, 엄마, 아버지, 병욱, 소영, 그리고 그외 건물 식구들. 희정언니까지 우리 사회의 비주류들을 전부 모아둔 듯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조금은 따뜻하고 또 조금은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9살. 집나간 엄마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지만, 앞으로 연이가 어떤 삶을 살아갈까에 대한 궁금증은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만약 19살이었다면, 아니 내가 11살. 엄마가 없었더라면, 학교에서 도둑 소리를 듣고, 불우한 아이라고 손가락질 당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한 소녀의 성장과 함께 전아리라는 작가를 새롭게 알게 해준 소설 시계탑. 씩씩한 소녀 연이와 그 주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한다. 천재 문학 소녀. 그 명성에 걸맞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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