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공장 골목
존 스타인벡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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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존 스타인벡! 이라는 문구가 강렬히도 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대표작 분노의 포도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뭔가 노벨문학상이 주는 신뢰감이라고나 할까? 그의 책을 듦에 있어 망설임은 없었다. 통조림 공장 골목, 제목으로 봐서는 뭔가 통조림 공장이 있는 골목에서 펼쳐지는 소소한 일상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먼저 일었다. 아니나 다를까 통조림 공장이 있는  캐너리 로에서 펼쳐지는 조금은 독특한 이웃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바로 통조림 공장골목이다.

 

캐너리 로에서 식료품가게를 하고 있는 리청, 팰리스 플롭하우스에 사는 맥 패거리, 생물학 연구소를 운영하는 닥, 매춘업소 베어 플래그를 운영하는 도라 그리고 중국인 노인, 홀먼백화점의 깃대위의 스케이터, 공터의 뒤쥐까지 통조림 공장 골목에는 개성을 지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주 이야기는 맥과 닥, 그리고 리청과 도라의 이야기지만 그 외의 일상과는 많이 동떨어진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제시한다.

 

2차세계대전 직후 1945년에 발표되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과 함께 그들 사이에게 펼쳐지는 따뜻함, 그리고 금주령, 대공황등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것 역시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다.

 

리청이 외상값으로 대신 받은 허름한 창고 건물에 맥 패거리가 입주를 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초반부터 나의 예상을 뒤엎었다. 당연히 주인공이 리청이 아닐까 하는 나의 예상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만큼 모두가 주인공임은 틀림이 없지만, 시종일관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은 맥패거리와 닥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좋은사람' 닥을 위해서 파티를 해주겠다고 막무가내로 나서는 맥패거리, 하지만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들이 택한 것은 닥에게 개구리를 잡아 파는 것이었다. 닥에게 기름값을 빌리고, 리청에게 움직이지도 않는 트럭을 빌려 고쳐가며 잡아온 개구리를 가지고 리청과 거래를 한다. 그리곤 항상 문을 열어 놓는 연구소에서 닥을 위해 미리 파티를 열지만 파티는 잡아온 개구리를 놓치고, 연구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끝나버린다. 하지만 또 그들은 닥을 위해 파티를 준비하고, 캐너리 로 전체가 떠들썩하게 파티에 성공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책을 읽고나면 이게 무슨 이야긴가 싶을정도 약간은 허무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존 스타인벡이 왜 우리 사회에서 조금은 벗어난, 하나의 소외된 계층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고 왔는지, 그리고 캐너리로가 상징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될 것이다. 사회의 주류가 아니라고 해서 그들에게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삶이 존재한다. 어찌보면 그들의 이야기는 비정상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그들의 처지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주변의 누군가를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 온 동네 이웃들이 서로를 아끼고 챙겨주는 따뜻한 시선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한다.

 

존 스타인벡의 초기 작품. 통조림 공장골목. 그 공장 골목에서는 오늘도 외상을 주는 리청과 해안가에서 채집을 하고 있을 닥, 그리고 그런 닥을 동경하고 있을 맥패거리가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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