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현대시
김권섭 지음 / 산소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고교시절 국어 시간, 아니 문학시간만 되면 현대시를 이야기하는데 밑줄긋고 무슨무슨 뜻이야. 이렇게 적는 것에 참 익숙했던 기억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현대시는 내게 문학이라는 개념보다는 밑줄 긋고 외워야하는 그런 장르로 기억되기 시작한 것이다. 수능 언어 영역이라는 하나의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 무작정 외워야하고, 그 내용은 하나도 기억 나지 않는 그런 것들이 바로 현대시였다. 물론 몇년을 밑줄 긋고 외웠는데, 그 내용하나 기억하지 못하겠는가. 어느 정도 익숙한 시들도 분명있다.

 

지금도 기억 나는 것이 있다면 윤동주의 '십자가' 이다. 이 시를 기억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우습게, 고교 2학년때 국어 수행평가가 자기가 좋아하는 시 한편 외우기였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이 시를 외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수행평가에 고마워해야할까? 물론 내가 이 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시가 좋아서 라기보다는  짧고 외우기 쉽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아침 등교길30분만에 다 외우고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으니, 최소시간 투자에 큰 효과를 얻는게 아닐까?

 

쫓아 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에 십자가기 걸리었습니다 로 시작 하는 윤동주의 십자가. 이 책에는 십자가가 실려 있지 않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윤동주의 '별헤는 밤'이나 '서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는 고교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현대시 142편을 담고 있다. 특히나, 저자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 일뿐만 아니라, 이 책의 감수에도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눈높에에 딱 맞는 책이 아닐까 싶다.

 

현대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와는 상관 없을 것 같은 것중에 하나가 현대시 였고, 또 일부러 그런 시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일부러라도 현대시 조금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펼쳐든 책이 바로 이책이다. 시는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우리는 시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공부해야하는 장르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바로 현대시이다. 함축적인 말, 그만큼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어려워서 더 꺼려하는 장르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시라는 것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까워 질수 있는 책. 무조건 외워야만 하는 공부의 대상이 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시를 이해하게 해주는 책인것같다. 

 

시에 대한 하나 하나의 해석, 그리고 밑에 주석으로 실린 시인의 약력이나 그 시의 집필과정에 대한 이야기, 어쩌면 주석으로 달린 글들이 내게는 더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짤막짤막한 이야기 속에서 이 시인은 이런 배경을 갖고 있어서 이런 시를 쓸수밖에 없었구나 하면서 공감할수 있었고, 시의 탄생과정 혹은 그 시인에 대한 타인들의 평가가 더 와 닿았기 때문이다.

 

142편의 시들 전혀 어렵지 않게 누구나 이해할수 있도록 어려운 단어에는 해석과 함께 부록으로 기본적인 시를 공부하는 법, 시에 사용되는 용어까지 설명하고 있으며, 시의 분량을 넘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해설. 모두 굉장히 마음에 든다. 특히, 수능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교학생들이 읽어본다면 현대시에 조금더 쉽게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현대시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반인들도 읽어보면 굉장히 도움이 될것같다. 너무나도 보편적인 시들이고, 우리 문학사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시인지라, 142편의 시를 완벽히 이해한다면 앞으로 다른 시를 접하더라도 제대로 이해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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