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밴드 Dorothy Band 1
홍작가 글 그림 / 미들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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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다들 한번쯤은 읽어봤을 것 같은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기억하는가? 이번에 미들하우스에서 나온 홍작가의 [도로시 밴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원작으로 한 패러디 만화다. 2006년 미디어 다음 <만화 속 세상>의 연재를 통해 이미 검증 받은 만화이기도 하다.

 

보컬을 맡고 있는 도로시,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를 맞고 있는 도로시의 남자친구 토토. 뇌가 없어 곡을 암기하지 못하는 애드리브의 달인 허수아비, 음악빼고 못하는게 없는 다재다능한 탱고, 얼굴에 철가면을 쓰고 있고 스스로의 감정을 잘 모르는 베이스를 연주하는 강철 나무꾼, 드럼을 연주하고 엄청난 무술실력을 자랑하는 소심남 사자. 이렇게 6명의 주인공이 함께  오즈를 찾아 떠나는 음악 여행이 이 만화의 주된 내용이다.

 

사실 내가 음치다 보니 노래 부르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라 다음에 연재 되어 인기를 끌었다는데 한번도 본적 없고, 그림도 그렇게 예쁜게 아니라서 첫장 아니 1권 중반을 넘길때 까지 아니 이 만화가 인기를 끌었다는거야? 정말 유치한 이야기잖아 하는 생각을 했었다. 특히나 첫장부터 뭉크킨 나라에서 나쁜 음치 마왕이 통치를 하면서 '자신'이 음치였던게 혐오스러워 음악을 금지시키고 노래를 부르던 뭉크킨을 잡아가기 시작했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서 주목할것은 '자신'이라는 이 단어가 아니겠는가~(세상의 모든 음치들이... 이 대목에서 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리뷰를 쓰면서 언급하는데도 그런 이유가-_-;;) 아무튼 그렇게 해서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 만화가 바로 도로시 밴드다.

 

하지만, 1권 중반을 넘어서면서 부터 뭐랄까? 어느 순간에 웃기지도 않는 대목에서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볼수 있었다. 정말이지, 솔직히 말하면 어찌보면 너무나도 단순해서 뭐라 말하기 그럴정도로 유치한 내용일지도 모른다. 유치하면서도 사람을 끄는 힘! 그게 바로 도로시 밴드의 매력일 것이다. 아마 읽어본 사람만 내 이야기에 동의 하지 않을까? 도로시와 토토는 어느 날 바람에 휩쓸려 뭉크킨에 도착하지만 허수아비와 사자 그리고 사냥꾼은 얽히고 설킨 관계에 있다.(이 관계를 이해하는것이 중요하다! 이야기 초반부터 끝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 간에 갈등이 있다거나 하는건 아니다.  단지 여행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자기 자신을 깨달아 가는 것이다.

 

비단 이 만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음악을 예로 들었을 뿐이지,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자신을 깨달아가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걸 찾아가며 남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무언의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오즈를 찾아 떠나면서 도로시 밴드가 수많은 곳을 거쳐가면서 그들 앞에 닥친 어려움을 서로 도와가며 해결하고 변화를 꽤 하는 그 모습 속에서 우리는 부당한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하나쯤 한다고 뭐가 변하겠어? 라는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  한순간에 모든 것이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기우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 어차피 한순간에 변하는 건 없지, 변화는 오는게 아니야. 단지 시작될 뿐이지."(2권 p.106)

 

도로시 밴드를 읽으면서 눈에 보이는 변화 뿐만 아니라 내 삶의 일부, 내 내면의 일부에서 조금씩 일어나느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원래 만화라는 것이 그냥 웃고 넘길수 있는 가벼운 책임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도로시 밴드는 재미도 있었고 내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까지 했다.

 

뇌가 없는 허수아비가 기억한다는 것이 어떤건지를 깨달아간다는 것이,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했던 강철 나무꾼이 자신의 감정을 깨달아 간다는 것이 그 모든 것들이 내게 너도 변해야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의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꼭 잊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야. 머리가 아닌 어딘가에 남아있거든. 작은 단어 하나가 삶을 바꾸곤 하는 법이지" (3권 p.181)

 

정말 기억이란 단어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볼수있었을 뿐만 아니라 작은 단어 하나가 삶을 바꾼다는 말 한마디가 가슴에 너무나도 와 닿았다. 작은 단어... 도로시 밴드라는 단어가 뭉크킨의 나라를 양귀비성을, 남쪽나라, 서쪽나라 모두를 변화 시켰다.

 

마침내 그들의 여행의 종착지. 오즈에 도착해서는 또 다른 것이 내게 의문을 던졌다. 그들이 꿈꾸던 곳, 그들이 음악이라는 것을 실현할수 있으리라 믿었던 오즈는  그들이 찾아 해메던 진실이 아니라, 하나의 허구였다. (오즈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하다면 만화를 읽어보시길^^)

 

"진실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믿는게 아니라, 사람들이 믿으면 그게 진실이 되는 거라고 (3권 p.129)"

 

진실이라 과연 이 세상에 진실은 존재하는 것일까? 물론 과학적 사실들을 비롯해서 수많은 진실이 존재하긴 하겠지만, 우리들이 꿈꾸는 세상. 우리들이 무언가 원하는 그런 세상은 처음부터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믿음이 만들어가는 세상. 그것은 도로시 밴드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랫만에 이 3권의 만화책은 내게 또다른 의미로 다가 왔고, 내게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었다. 처음으로 큰 무대에 서게 되었을때 너무 긴장이 되어서 밤새서 헬멧에 광을 내다가 버스에서 졸고 있는 나무꾼의 입에서 초강력 청심환이 나왔을때 그때의 웃음을 아직도 잊지 못할 것같다.

 

인터넷이라는 하나의 또다른 의사소통을 통해서 이미 검증받은 도로시 밴드. 처음 한두장을 넘길땐 동의할수 없었지만, 왜 수많은 네티즌들이 그의 만화에 열광했는지 알것같다. 가벼우면서도 또 가벼운게 아닌 만화책. 도로시밴드~ 적극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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