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살 할머니와 얼치기 3인조 납치단

대유괴
덴도 신 지음, 김미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최근에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이라는 영화를 알게 되었다. 사실 그 영화를 보고나서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인 대유괴를 먼저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일본 소설인지라, 이름도 어렵고 제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한 장 한 장을 넘어 갈수록 더욱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덴도 신이라는 작가는 처음 접해보지만 굉장히 논리정연하고 또 굉장히 흡입력있는 문체로 독자를 사로 잡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야기는 아주 간단한다. 82살의 대토지를 갖고 있는 할머니가 어리버리한 3인조 유괴단에 납치를 당했는데, 나중에는 할머니가 인질이 아니라 그 유괴단을 전두 지휘한다는 그런 내용이다.

 

사실 보통의 이런 납치 소설이나 미스터리 물과 상당히 다른 점이라고는 주객이 전도 되어 할머니가 유괴단이 요구하는 거액의 돈과 인질교환 계획에 앞장 섰다는것 밖에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모든 것이 눈이 뻔히 보이는 소설 속에서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이런 류의 납치같은 경우 자식들이 하나같이 못났고, 부모보다는 돈을 더 중요시 여겨서 100억엔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내놓지 않을것이 분명할거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그게 아니라, 단 5일만에 어머니의 목숨을 위해 모든 것을 처분하고 대처해가는 모습에서 실상 우리는 이런 상황에 도달한다면 과연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세태를 비판하지 않을수도 없었고 말이다.

 

사실.. 팽팽한 머리싸움을 놓고 본다면 경찰본부장 이카리와 야나가와 도시 두 사람의 대결이 아닌가 한다. 이야기의 중심이 삼인조 유괴단에 있는 것인가는 솔직히 의심스럽다. 이야기의 초점은 82살 먹은 할머니이고, 끝까지 그 할머니의 대담성, 뛰어난 계략까지 읽다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굉장히 유쾌했던 소설이 아닌가 한다. 사실 처음에야 이게 무슨 재미있는 소설이야 싶었지만, 가면서 할머니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어쩌면 그렇게 잘 짜여진 스토리처럼 진행이 되는지 내가 또다른 탐정이 된 느낌이랄까? 자칫 어둡고 위험하게 비춰질수 있는 소재로 유쾌함과 동시에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소설이였다. 야나가와여사가 평소에 베푼 것들이 많았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녀의 안위를 걱정해서 결국 그녀의 연극(?)이 성공을 거두었는지도 모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열치기 삼인조 유괴단 역시 처음부터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강도를 이렇게 휘어잡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가는 야나가와여사를 보면서 그녀과 살아온 삶을 그리고 또 앞으로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 같은 소설이 였다. 원작소설과 비교해 영화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은 과연 어떨지 상당히 기대된다. 그냥 웃고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유쾌하면서도 또 무언가를 전달하는 소설. 대유괴. 기회가 된다면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